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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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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hanniba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4-11-13 10:14 조회2,796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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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디자인을 꿈꾸었던 나는 정작 뒤떨어진 수학 실력으로 원하던 대학에 진학 할 수 없었지만 질펀한 막걸리 판을 눈앞에 두고 있을때 마다 어려운 가정형편을 핑계로 어쩔 수 없이 한방이 있는 수산대학을 선택 했다고 떠벌려 대곤 하였다

매일같이 열심히 새벽종을 울려대며 진행했던 새마을 운동이 빛을 발하여 원수같던 보릿고개를  털어내고 발전의 터전을 다지던 당시 80년대는 올림픽을 치르기전 까지만 해도 원양어업은 막대한 달러를 벌어 들이는 대한민국의 핵심산업의 하나 였었다.


 떼돈을 벌 수 있다고 소문난 수산대학의 꽃이라던 어업과에 별다른 정보없이 동네선배의 권유에 덜컥 원서를 던져놓고 막연한 기대를 가슴에 품고 당구장과 막걸리 집 문턱이 닳도록 부지런히 들락 거리며 부질없이 시간을 보내고 말았던 나는 해기사 고시라는  높고도 두꺼운 장벽을 눈앞에 두고 망연자실 하고 말았다, 그도 그럴것이 매년 졸업생들의 해기사 자격증 합격율이 너무 낮았고 시험과는 별다른 인연이 없이 살아왔던 지난 세월이 더빙되어 머릿속을 허옇게 만들어 버렸기 때문 이었다.

더럭 겁을 먹은 난 결심하고 부산 사상에 위치한 고시원에 들어가 5개월간 고3시절로 돌아가 책과 씨름하며 무더운 여름내내 양동이 몇개분의 땀을 짜 내고서야  첫눈이 내릴때쯤  합격 통보와 함께 귀에 까지 걸린 입을 주채 못하며  그 좁디좁은 고시원에서 의기양양하게 영광의 탈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당시 어찌나 행복하고 자랑 스러웠던지 으쓱해진 어깨를 제대로 관리 할 줄 몰라 더러 핀잔을 받기도 하였지만 더욱 가관 이었던 것은 장차 타고 넘어야만 될 수 많은 시련의 파도에 관해서는 눈꼽 만큼도 예상을 하지 못하는 것 이었다.


북 태평양의 배링해와 포클랜드의 커다란 파도를 벗삼아 경력을 쌓은 다음  92년 초, 단지 보르네오섬 만을 알고 있었던 나는 인도네시아라는 나라의  아라푸라 해역(동남 말루쿠주와 빠뿌아 주 사이의 대륙붕 황금어장)에 초사(1등 항해사)자격으로 도착 하였다.


지독한 열기에 닳은 배의 철판은 계란 후라이를 하고도 남음이 있을 정도였고 그 갑판 위에서 투양망을 담당하는 선원들의 머리가죽을 벗겨 내고야 말겠다는듯 아라푸라 한낮의 햇살은 로마군단의 글라디우스 검끝처럼 날카롭고 매서웁게 내리 꽂히고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커다란 각종 생선들이 신기 하기도 했지만 얼마지 않아 그 신기함은 소금 머금은 배추처럼 시들어 버리고 무료한 뱃생활의 한 부분이 되어 널부러질  즈음하여 부산에서 보급품을 싫고온 운반선을 접선하게 되었다.


이 운반선은 군대의 병참선과 비슷한 기능을 담당한다.

각종 소모품과 식료품 그리고 어구자재,유류등을 부산에서 싫어와 보급을 해 주고 기지선들이 어획한 어획물을 싫고 부산으로 회항을 되풀이 하고 있는 매우 중요한 배였으므로 작업선에 비하여  훨씬 큰 배수량과  나름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선원들의 관심은 고향에서 온 편지였다.

편지와 더불어 오는 개인 탁송품에는 가족들의 사랑과 숨결이 담겨있는 물건들과 맛있는 음식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 이었다.

그래서 운반선 접선하는 날은 작업선 선원들에 있어 뭔가 즐거운 일이 있을걸로 기대되는, 마치 어린시절 소풍을 앞둔 초등학교 학생에게 작은 셀레임을 주듯 하였다.


그러나..


 선원들의 바램대로 언제나 즐거운 소식만 전해져 오는 것은 아니었다.

당시 난 미혼이라 잘 몰랐지만 결혼을 한 선원들은 한국에 남겨진 배우자의 근황이 무엇보다 염려 스러웠다, 그도 그럴것이 한두달도 아니고 일년 육개월 내지는 이년을 떨어져 있어야 하는 관계로 별다른 관리수단이 없어 그저 믿고 세월을 보내야 하는 해바라기의 전형이랄 수 있었다.

문제는 이런 해바라기들의 믿음을 배반하는 햇살들의 존재였다.


간혹 선교에 올라와 호주의 다윈 무선국을 호출하여 그리운 집에 통화를 해 보기도 하지만 통화를 끝낸 후 더욱 절절한 그리움에 대해를 향해 담배연기를 길게 내 뿜는 선원의 쳐진 어깨를 보노라면 가슴 깊은곳에서 무거운 감정이  일어나곤 하였다.


어획물 전재와 유류수급 그리고 각종 소모품과 주,부식을 보급받은 우리는 다음달을 기약하며 곧 이선하여 투망을 준비하며 조업장을 향하여 전속으로 달리고 있었다.

이선무렵 들이붙기 시작한 비는 전형적인 열대성 스콜로 변하여 마치 흉노족이 게르만족을 향해 퍼붓는 화살과도 같이 선교(조타실)창문을 부셔 보겠다는듯 두둘겨 패는 와중에 검은 하늘을 수놓다 사라지는 번개가 가까워 질수록 굵은 천둥소리가 귓전을 후비고 들어와 고막에 또아리를 틀며 신경을 건드려 왔다.

 

선단 조업선들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하여SSB(저주파 통신기)감도조절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을무렵 선교 출입문을 심하게 두드리는 소리에  짜증내며 고개를 돌려보니 조리장이 문밖에 촛점없는 눈빛과 얼굴로 좀비처럼 서서 빗물을 뚝뚝 떨어 트리며 그로테스크한 장면을 연출하며 서 있었다.

선교에 입장한 그는 집에 전화를 해야 한다며 상기된 얼굴로 나를 똑바로 주시 하는데 그의 호흡에서 소주 냄새가 진하게 풍겨져 왔다.

그의 손에는  불과 몇시간전 아기처럼 천진한 얼굴로 좋아 어쩔줄 몰라 받아 품었던 편지가 화장실 휴지처럼 변하여 들려 있었고 손아귀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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