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단체/기관 > 제4회 적도문학상 성인부 수필부문 김신완 / 장려상 : 한국문협 인니지부상

본문 바로가기
  • FAQ
  • 현재접속자 (1047)
  • 최신글

LOGIN

한국문인협회 | 제4회 적도문학상 성인부 수필부문 김신완 / 장려상 : 한국문협 인니지부상

페이지 정보

작성자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07-24 12:42 조회1,625회 댓글0건
  • 목록
게시글 링크복사 : http://www.indoweb.org/477975

본문


신(酸)박소와 신(酸)두부 / 김신완


  처음 인도네시아에 와 가장 적응이 안되는 것 중 하나가 ‘신 음식’이었다. 나에게 우리나라 음식이 맵고 달다면, 인도네시아 음식은 시고 달다. 단맛이야 익숙한 맛이고, 그러려니 하면서 먹을 수 있지만, 신 음식을 그러려니 하고 먹기에는 익숙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만한 게 한국 사람들은 신 음식에 익숙하지가 않다. 한국에 신 음식이라고 해봐야 기껏해야 신 김치와 오이 냉국, 초고추장 정도. 신 음식을 많이 먹어보지도 않았을뿐더러 나는 오이 냉국과 식초가 많이 들어간 초고추장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래서인지 인도네시아에서 신맛과 친해지기에 더 어려운 것 같다. 처음 신 음식을 접했던 건, 현지 식당에서 치킨 수프를 먹을 때였다. 박소와 두부 건더기가 뒤섞인 치킨 수프를 주문했는데 얼핏 보기에는 만두전골 같았다. 국물이 아주 시원하고 따뜻한 게 술 마신 다음날 친구 자취방에서 끓여 먹던 해장국을 생각나게 했다.

‘이 집 아주 맛집이네. 비주얼도 좋고 국물이 맛있으니 박소와 두부는 얼마나 맛있을까’ 기대감으로 두부를 크게 한입 베어 물었는데 시큼한 맛이 혀끝을 넘어 목구멍까지, 비강을 넘어 코끝까지 강하게 올라왔다. 생전 먹어본 적 없는 신맛이었고, 음식을 씹어 넘겨야 하는데, 내 몸이 ‘먹지 마! 먹지 마!’ 하며 씹기를 거부했다. 박소와 두부가 차마 나를 배신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음식이 쉬었나?’ 생각이 들었다. 식당 아주머니께 맛이 원래 이런지 여쭤보니 원래 시큼한 맛이 맞고 상한 게 아니라고 한다. 원래 그렇다고 하니 더 반박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현지 음식에 적응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친구들이랑 한 사람당 3개씩 배분하여 겨우 그릇을 다 비웠다. 이후 다른 식당에서도 박소와 두부를 먹을 때 시큼한 맛을 느낄 때가 많았다. 아니 거의 다 그랬다. 입맛에 썩 맞지는 않았지만 ‘인도네시아가 더운 나라라 음식을 시큼하게 해서 보관 기간을 늘리려나 보다’ 하는 마음으로 그럭저럭 잘 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현지인 친구가 점심시간에 밥을 먹자 하여 처음 나에게 두부의 신맛을 선사해 주었던 식당에 다시 가게 되었다. 똑같은 음식을 주문했다. 

  한동안 인도네시아에 살며 신맛에 많이 적응했을 줄 알고 호기롭게 한입 베어 물었는데 이 집 박소와 두부는 유난히 신맛이 강했다. 웃음이 터졌다. 현지 음식에 잘 적응했다고 생각했던 내 스스로가 너무 가소롭고, 도대체 이 집의 박소와 두부의 신맛은 언제쯤 익숙해질까 하는 생각에 터져 나온 웃음이었다. 잠깐 숟가락을 내려놓고, 핸드폰으로 백과사전을 검색했다. ‘신 음식’. 나는 단순히 음식의 보관 기간을 늘리기 위해 음식을 시큼하게 만드는 줄 알았다. 하지만 백과사전에 이렇게 나와있었다. ‘신맛의 초산과 낙산 성분이 장내 유익균을 만듦’, ’신 음식은 장 세포 강화와 염증을 감소시키고, 면역세포 활성화에 도움을 줌’ 인도네시아에서 이렇게 신 음식을 많이 먹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다. 물속에 석회질과 병균이 많을 뿐 아니라 덥고 습한 날씨 때문에 음식에 바이러스가 번식하기 쉬운 환경이다.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나고 자란 현지인들도 배 아프고, 탈 나는 일이 많다고 한다. 

  문득 어릴 적 집에서 감기 걸렸을 때마다 끓여주던 엄마의 닭백숙이 떠올랐다. 감기 얼른 나아야 한다며 감기 걸렸을 때마다 닭보다 마늘을 더 많이 넣어 닭백숙인지 마늘 백숙인 지 모르는 음식을 만들어 주셨다. 꾸덕꾸덕해질 정도로 압력솥에 푹 삶아진 엄마의 닭백숙이 싫었지만 신기하게도 엄마의 닭백숙을 먹으면 감기가 싹 나았었다. 아마 마늘의 효능보다 아들을 빨리 낫게 하기 위해 일찍 퇴근하고 집에 들어와 1시간 넘게 불 앞에 서서 닭백숙을 푹 삶았던 엄마의 정성 때문이 아니었을까? 신 음식도 어쩌면 엄마의 닭백숙과 같다. 먼저 아픔을 겪던 인도네시아 조상들이 후손들은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하고 싶은 마음에 발달시켰던 인도네시아의 음식문화였는지 모른다. 다시 숟가락을 들어 두부 반 조각을 우걱우걱 씹었다. 신맛이 나에게 맞지 않는 건 변함없었지만 그전과는 다른 깊은 맛이 느껴졌다. 내가 씹고 있는 이 신맛은 이들의 삶이고 역사이며 후손들을 생각하는 인도네시아 선조들의 마음, 어쩌면 그것을 뛰어넘는 그 무언가 가 아닐까?




<수상소감>

  적도 문학상을 주최해 주신 인도네시아 문인협회에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수필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부끄럽고 ‘일기’ 라는 단어가 더 적절했던 저의 부족한 글을 읽어주고 아낌없는 조언을 준 친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저는 제가 있는 곳의 유서를 받아 적고자 노력합니다. 내가 지금 만나는 사람들, 내가 느끼는 모든 감각과 감정들이 지금은 내 안에 존재하지만 곧 사라지고 잊히기에 우리가 존재하는 시간과 공간들이 말해주는 유서를 글로 받아 적고 있습니다. 카페 앞자리에서 나를 바라보며 “꺄르르” 웃는 아이의 웃음소리, 눈과 귀를 통해 나의 뇌로 그리고 나의 마음으로 들어와 아이의 순수함과 따뜻함을 저에게 전해줍니다. 아이는 그렇게 유서를 남기고 저는 그걸 받아 적고자 노력합니다. 적고 나서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 이라는 느낌을 전달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한번 피식 했으면 글 쓴 사람으로서 참 기쁠 것 같습니다. 아직 섬세함도 부족하고, 전달 력도 부족하고, 공감을 이끌어 내는 힘도 부족합니다. 하지만 이번 수상을 계기로 글 쓰는 일에, 그리고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이 들려주는 유서에 더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목록
   
한인단체/기관 목록
  • Total 2,952건 1 페이지
한인단체/기관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952 한국문화원 ‘한국의 빛’ 진주실크등, 인도네시아를 밝히다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8-21 98
2951 기타단체 한국-인도네시아어센터에서 한국어 및 인도네시아어 강의를 실시합니…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8-20 132
2950 한인회 제1회 2025 재인도네시아 한인청소년 장학기금 후원 자선 골프…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8-20 108
2949 한국문화원 ‘K-한복 자바섬 1,000Km의 여정 순회전’ 개최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8-14 124
2948 한국문화원 2025 세계여자U21배구선수권 대회 한국국가대표팀 경기일정 안…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8-01 181
2947 한인회 한인뉴스 2025년 8월호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7-31 212
2946 봉제협회 한국봉제산업을 선도하는 KOGA Vol.93 jamesbirdi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7-31 174
2945 신발협의회 재인니한국신발협의회 코파의 힘 Vol 131 jamesbirdi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7-29 142
2944 기타단체 K 기업 글로벌직원 무역캠프 신청 안내 (무료) 한국무역협회자카르타지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7-29 144
2943 문화연구원 제92회 열린강좌 ‘한 잔의 커피로 떠나는 미각 여행, 블렌딩은… Kwriter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7-28 170
2942 KOCHAM 2025년 인도네시아진출기업 경영환경·실태조사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7-18 177
2941 월드옥타 2025 차세대 글로벌 창업무역스쿨, 동서남아 통합교육 참가자 … OKTA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7-18 145
2940 건설협의회 창조 Vol.103 jamesbirdi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7-07 256
2939 한인회 「제1회 2025 재인도네시아 한인청소년 장학기금 후원 자선골프…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7-05 246
2938 대한체육회 제106회(2025년) 부산 전국체전 볼링 선수선발전 인기글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7-03 508
2937 한인회 한인뉴스 2025년 7월호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7-02 289
2936 신발협의회 재인니한국신발협의회 코파의 힘 Vol 130 jamesbirdi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7-01 214
2935 봉제협회 한국봉제산업을 선도하는 KOGA Vol.92 jamesbirdi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6-30 328
2934 한인회 국제 청소년 진로탐색 AI 감상문 공모전 안내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6-23 204
2933 월드옥타 동서남아 통합교육 - 참가자 모집 OKTA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6-23 200
2932 JIKS 2025년 JIKS 학생식당 및 교직원식당 사용수익허가 입찰 재… 첨부파일 JIKSADM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6-17 284
2931 문화연구원 인도네시아를 사랑하는 마음,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 이야기로 들… Kwriter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6-16 209
2930 문화연구원 제2회 <나의한국 이야기> 문학상 공모전 Kwriter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6-15 202
2929 문화연구원 모국어로 빚은 이야기, 인도네시아의 풍경이 되다. Kwriter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6-15 213
2928 문화연구원 책으로 엮은 시간의 결 - IKCS 북클럽 2025 상반기 기록 Kwriter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6-15 200
2927 대한체육회 2025 재인도네시아 한인골프대회 개최 첨부파일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6-11 434
2926 대한체육회 제106회 전국체육대회 탁구대표 선발전 개최 결과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6-08 278
2925 건설협의회 창조 Vol.102 jamesbirdi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6-05 352
게시물 검색

인도웹은 광고매체이며 광고 당사자가 아닙니다. 인도웹은 공공성 훼손내용을 제외하고 광고정보에 대한 책임을 지지않습니다.
Copyright ⓒ 2006.7.4 - 2025 Powered By IndoWeb.Org. All rights reserved. Email: ad@indoweb.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