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2014년 당시 까리문자와는 낮 시간에는 정전이었습니다.

책을 읽거나 낮잠을 자거나 아기를 만들거나 하지 않으면 낮에 숙소에서 할만 한게 별로 없다는 얘기죠.

그래서 점심 먹고 나서 바로 오토바이 빌려서 섬이나 한바퀴 돌자고 나섰습니다.

까리문자와 중심부라고 해도 그저 시골마을이다.

외딴 섬에 배편이 일주일에 네 편 밖에 없는 이상, 관광객이 더 늘래야 늘 수도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일정 이상 시장 규모가 되어야 외부 자본 투자의 경쟁이 붙어 눈에 띄는 변화가 생길 수 있을테니까.

중심부를 벗어나자 전형적인 시골 풍경이다.

마주치는 현지인들에게서 딱히 부정적인 기색은 없었고, 대체로 안전한 분위기라는 느낌이었다.

까리문자와 지역 숙소 검색하면서 제일 그럴듯 해 보였던 오마 알치 코티지 Omah Alchy Cottages 에 가봤다.

까리문자와 중심부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었고, 심지어 들어가는 입구가 흙길이다.

읍내에서 멀다 보니 사진 우측의 초가집 같은 곳에서 밥 먹고 술 먹고 다 해결하는 분위기였다.

구경 좀 하러 왔다니까 흔쾌히 허락해 줬다.

이 코티지 사진을 보고 마음에 들었었다.

이런 곳이 에어컨 빵빵, 전기 빵빵에 숙박비만 싸다면 며칠이고 저 발코니 마루바닥에서 뒹굴거리고 싶다.

한화로 5만원 정도 하니 나홀로 배낭여행자에겐 무리다.

코티지 발코니에서 바라 본 바다 풍경

이렇게 저렴한 방도 있다. 3만원이던가?

하지만 이런 곳에 묵을 거라면 싸도 의미가 없지 않응가.

땅이 척박한지 물이 부족한지 논은 보이지 않는다.

읍내에서 한참 떨어진 곳인데 지은지 얼마 되어 보이지 않는 방갈로 숙소가 있다.

읍내에서 멀어짐에 따라 아스팔트 포장이 많이 훼손된 도로를 중간중간 만나게 된다.

표지판 지도에 좌측으로 뻗은 점선길로 들어가면 알랑알랑이랜다.

그럼 가봐야지.

차단봉이 있다는 건 입장료를 받는다는 소리다.

차단봉에 보면 가격도 써있다.

하지만 마침 돈 받는 사람이 없는 관계로 그냥 들어갔다.

그래도 된다.

뭐 돈 받는 사람들도 목숨 걸고 지키고 서서 일 삼아서 받는 건 아니다. ㅎㅎ

바다가 나오길래 둘러 봤는데 뭐 별건 없었다.

저런 구석에서 연애질이라도 하면 괜찮긴 하겠다.

사진 왼쪽 부근에 보이는 숲으로 들어가는 길로 더 들어가야 한다.

주차장이라고 떡하니 팻말이 있는데, 이거 참 뭐하는 곳인지.

스쿠터를 세워두고 좀더 걸어 내려가자 천막과 해변이 보인다.

해변까지 이어진 내리막길이 아주 불친절하다.

하지만 내려가면 어엄청나게 맑고 해수욕 하기 좋은 바다가 펼쳐진다.

육로가 불편하다 보니, 외국인 관광객들은 배 타고 오나 보다.

규모가 작다 보니 천막으로 지은 곳에서 간단한 요기거리나 음료를 팔았다.

어차피 시원한 건 없을테니, 따끈한 커피 한 잔 마시며 쉬다 일어섰다.

야자수 마시면 되잖냐고 하지만, 얼음 넣지 않은 야자수는 미지근하고 닝닝한 물일 뿐이다.

이런 곳에서 혹시 얼음이라도 넣어준다면 거의 직방으로 배탈이고.

끓인 물이라고 깨끗하란 법은 없지만, 적어도 탈은 안난다.

익숙해지면, 그늘에 앉아서 느긋하게 커피 한 잔 하는 것도 의외로 시원하고 좋다. :)

내친 김에 점선길 다른 쪽도 가봤다.

어차피 아까 갔던 곳 옆에 있는 해변이다.

아까 해변보다 더 소박하지만 그늘이 많고 아늑하다.

저 너머가 아까 해변이다.

까리문자와 곳곳에 이런 해변이 있을 거다.

다시 길을 나섰다.

천연잔디구장을 갖춘 소박한 초등학교.

가끔 이런 표지판이 나와서 유용했다.

드디어 논이 나왔다.

까리문자와에서 유일하게 본 논이다.

까리문자와 섬 남부와 북부를 잇는 중간 지점이었다.

까리문자와 북부는 남부에 비해 평탄한 지형이다 보니 시원하게 일자로 뻗는 길이 많았다.

논 지역에서 얼마 가지 않아 맹그로브 숲 산책로가 나왔다.

맹그로브 나무가 별로 신기하지 않으므로 패스~

북부에도 이렇게 볼거리가 많다는데, 저걸 다 찍을 생각은 없다.

그냥 북쪽 끝까지 찍을 목적으로 가다 눈에 뜨이면 가보는 거고, 아니면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