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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mbok] 10. ~End~ 노쇠함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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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명랑쾌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6-03-11 08:33 조회2,016회 댓글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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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다에 나온 부미 아디띠야 호텔 사진은 저 건물이다.

저긴 비싸다.

아고다 최저가는 당연히 저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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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식은 식빵에 계란, 커피다.

역시나 먹는 수준이 아니라 떼우는 수준이다.

최저가 숙박객들은 그러려니 하겠지만, 비싼 방 숙박객들은 억울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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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은 있지만 사용하는 사람을 못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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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살 항구 사거리에서 계속 직진해봤다.

예전에 왔을 때 왕복 8시간 걸렸던 스나루 폭포 Air Terjun Senaru 가는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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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예전에 비해 길이 잘 정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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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나무는 그 자체로 경외감을 불러 일으킨다.

저 나무는 저 곳에서 그 세월 동안 무엇을 봐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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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경, 목적지인 스나루 폭포까지는 3분의 2 정도 왔다.

찍고 오면 승기기 도착 시간이 저녁 7시가 넘을듯 하다.

힘들기도 하다.

예전엔 도대체 무슨 깡으로 갔다 왔을까?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부쩍 느낀다.

노쇠함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굳이 거부감이나 비감, 슬픔을 키울 필요는 없다.

무리하지 않고, 받아들여야 한다.

영원한 것은 없다.

태어나고, 흥하고, 쇠하고, 사라지는 모든 것들은 다 나름의 삶이 있다.

 

목적지에 가는 것도 결말이지만, 가지 못하고 되돌리는 것 또한 나름의 결말이다.

우리는 돌아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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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근처도 아니고, 해변이 아름다운 곳도 아닌 길가에 뜬금없이 식당들이 늘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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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식사나 컵라면, 음료 등을 파는 식당이다.

한켠에는 주거 공간도 있다.

이 가게들 자체가 곧 작은 마을이다.

이 마을이 형성되는데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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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심 많은 - 그래서 이런저런 황당한 사고도 많이 겪었던 - 친구가 사떼 이깐 Sate Ikan (물고기 꼬치구이)을 시켜 본다.

이렇게 끔직하게 비리고 맛없는 꼬치는 처음 먹어 봤다.

친구나 나나 딱 한 조각 먹어보고 내려 놨다.

7년 정도면 인니 꽤 살아 봐서 어지간한 음식은 다 먹는다는 자만심을 한 방에 날려 버린다.

어느 곳이든 그곳 현지인의 평범한 삶이란 다 녹록치 않다.

평범한 삶은 흔해서 평범하다 할 뿐, 쉬워서 평범한게 아니다.

한국도 장래희망이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하면 참 소박하다는 소리를 듣던 시절이 있었는데, 얼마나 평화로웠던 때였나.

현재 처지에 감사하고, 겸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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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이 그 길 같아도 기억에 오래 남는 장면이 있다.

스나루 폭포 가는 길 중에는 이 곳이 그런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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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이 곳은 이랬었다.

이 때에 비해 길도 더 좋아졌고, 목 좋은 코너에 조그마한 가게들도 들어섰다.

 

다 그렇게 변해가게 마련이다.

더 쇠락하거나, 더 발전하거나.

시간이 흐르는 이상, '그 때 그대로'인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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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롬복 군사무소가 있는 딴중 Tanjung 의 읍내

예전에 비해 차도 많아지고, 교통량도 늘었다.

나도 그 때에 비해 겪고 아는게 많아진 만큼, 더 태연하고 침착해졌다.

현지인의 요상하다는 시선에도 예전처럼 위축되거나 들뜨지 않는다.

자연스러움은 익숙함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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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기기 근처만 와도 한결 마음이 놓인다.

어디를 여행 가더라도 이렇게 마음 놓이는 곳이 베이스 캠프로 존재하면, 그 여행지에 더 애착이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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롬복 떠나기 전날 저녁은 추억의 알베르또 Alberto 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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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시킨 올리브 스파게티도 맛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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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피자 정말 그리웠다.

기억 그대로 맛있었다.

변하지 않는 것들은 사람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하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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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로 나온 피자 도우로 만든 빵

 

놀랍게도, 나이 지긋하신 지배인 아저씨가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맥주를 시키자 레몬 보드카는 안마실 거냐고 묻는다.

레몬 보드카는 예전 롬복 여행 때, 예전 사장님과 몇번 와서 늘 마시던 술이다.

이젠 그냥 맥주면 족하다고 하니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가더니, 피자 도우 빵을 가져다 준다.

피자 도우 빵도 예전에 왔을 때, 너무 맛있어서 남는 거 있으면 나중에 좀 챙겨주면 안되냐고 부탁했었던 거다.

 

누군가 나를 기억해 준다는 건 마음을 따듯하게 만든다.

후손을 남기지 않더라도, 이 세상에 잠시 살아갔다는 흔적은 남아 있다.

누군가가 기억한다면 사라진게 아니다.

사람은 관계를 통해 자기 존재를 인식한다.

나를 타인으로 인식하는 존재가 있기에, 나는 나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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롬복 공항 사삭족 전통음악 공연

특이하게도 바이올린이 들어가는데, 의외로 굉장히 토속적이고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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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 & 에스프레소 메뉴를 시켰는데, 에스프레소가 사람 잡을 정도로 쓰다.

남는 한약 있으면 쓴 맛이 맛있다고 낼름낼름 다 마시는 내가 마시기 힘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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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에 부어 마시는데도 쓰다.

반쯤 마시니 심장이 벌렁거려서 도저히 다 마실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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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는 길리 3형제 상공을 지나 자카르타로 나아간다.

이제 발리가 아닌 롬복이 내게 힘들면 떠오르고, 쉬고 싶을 때 가는 곳이 될 거 같다. 

언제 또 다시 올 수 있을까.

다시 올 때까지 별 탈 없이 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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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에서 이틀 묵고 자카르타 공항으로 가는 길

이번 인니 여행 동안에 특이했던 점 중 하나는, 탔었던 거의 모든 택시의 기사가 졸았다는 점이다.

다들 사는게 고단한가 보다.

아니면 밤에 놀거리가 많아졌든가.

 

 

이것으로 이번 자카르타-발리-롬복 여행기를 마칩니다.

일행과 함께 하는 여행은 외롭지 않은 만큼 혼자 깊이 생각할 시간도 적더군요.

여행 스타일에 꼭 정답은 없듯, 이런 여행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참 오랜만에 쓰는 여행기입니다.

그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비롯되어, 인생에 아주 중요한 사건 하나를 치루기도 했네요. (지금도 현재진행형입니다. ㅋ)

인생이 마냥 행복할 수는 없는 일이고, 늘 꿋꿋할 수도 없는 일이죠.

인니도 참 힘들고, 한국은 정말 지옥이 따로 없네요.

힘든 시기인 만큼 다들 여러 가지로 어렵게 버텨가고 계실 겁니다.

마냥 행복할 수 만은 없듯, 마냥 힘들기만 할 리도 없습니다.

 

현생 인류가 구 인류에 비해 뛰어나서가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에 '우연히' 더 적합했기 때문에 생존했다는 게 현대 고고학의 정설입니다.

환경의 변화는 무정하고, 선악도 없습니다.

힘들면 힘든대로 버텨야죠.

자기 자신을 잃지 말고요.

거대한 세상에 비해 티끌 같은 개인이 그나마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자기 자신이니까요.

어려운 시절, 다들 살아 남으셨으면 합니다.

살아 남는다면 또 웃을 날이 있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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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금주중님의 댓글

금주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언가 말도는 설명할수 있는 공감(?)감동(?)을 받았어요^^
감사하다는 말씀 전해드리고 싶네요

mango님의 댓글

mango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말 생생한 여행기 잘 보았습니다. 늘 에스프레소를 즐겨 마시는데
저도 한번 맛 보고 싶어지네요 ㅎ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롭게 잘 봤어요.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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