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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mbok] 06. 롬복 남동부 스쿠터 롸이딩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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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명랑쾌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6-02-15 07:47 조회2,398회 댓글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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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가도 없는 길이 이어지다 20여채 정도 규모의 작은 마을이 나타난다.
갈림길이지만 팻말도 없다.
 
남쪽 해변을 따라 동쪽으로 달리고 있으니, 우측으로 꺾어지면 해변이 나올 거다.
 
이렇게
 
또록 바레 Torok Bare 라는 해변이다.
그 흔한 커피 파는 곳 조차도 없다.
 
해변을 등지고 찍은 마을 풍경
 
나름 게스트 하우스다.
아무 생각 없이 조용히 쉴 사람이면 이 곳에 묵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휴대폰 신호도 거의 안잡힌다. ㅋㅋ
 
근처 길도 이 모양이다.
다니라고 만든 길이 아니라, 다녀서 만들어진 길이다.
 
오른쪽으로 가면 딴중 안 해변 Pantai Tanjung Ann 과 그르뿍 해변 Pantai Gerepuk 이랜다.
여긴 뭔가 있어 보인다.
스쿠터 옆에 서핑보드를 매달고 다니는 서퍼족들 몇이 그르뿍 해변 쪽으로 향한다.
 
뭔가 있어보이든 말든 길은 계속 이런 분위기다.
 
그래, 이런 풍경 정도는 나와 줘야지. ㅋㅋ
 
딴중 안 해변 입구
 
차단봉이 있으므로 당연히 돈을 받는다.
 
스노클링 장비도 빌려 준댄다.
 
물은 당연히 깨끗한데, 파도에 밀려온 해초들이 덮여 있어서 물에 들어가기 좀 꺼림칙 하다.
해초가 더러운 건 아니다.
꺼림칙은 해초 때문이 아니라, 마음에서 비롯된다.
 
입장료 1만 루피아 씩이나 낼 가치는 없지만, 어쨋든 커피 한잔 마시고 가기로 한다.
 
같이 갔던 친구가 좋은 얘길 한 마디 한다.
"그래도 누가 입장료 1만 루피아라도 바가지 써주고 그러니까, 커피 마시고 싶을 때 편하게 한 잔 마실 수 있는 거지. 그 돈 아깝다고 사람들이 여기 안들어오면, 이 사람들이 미쳤다고 커피 팔겠다고 여기 마냥 죽치고 가게 열고 있겠냐."
맞는 얘기다.
원하는 무엇인가가 거기 그 곳에 존재한다는 건, 다른 누군가들이 끊임없이 유지를 시켜준 덕이다.
나 역시 그 다른 누군가들이라는 불특정 다수 중 하나다.
이렇게 커피 한 잔 팔아주는게 내 특이한 이벤트임과 동시에 그들의 범상한 일상이다.
 
먼저 온 사람들과 그보다 먼저부터 여기에 자리 잡고 살아온 사람들의 시간이 쌓여 형성된 것을 고맙게 누린다.
텃세?
글쎄다.
이제 막 온 사람이나 지나치는 사람은, 그 이전부터 존재해 왔고 그로 인해 형성되어 온 현재 결과물에 대해 좀더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현재는 과거의 결과이자, 미래의 원인이다.
하지만 세상이 나 혼자로 이루어지지 않았듯, 나 혼자만의 과거로 비롯된 결과도 아니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을 겸손하고 충실하게 살아야 하는 이유를 미래에 받을 보상 때문이라 생각하지 말자.
그저 매 순간 누리게 된 것들에 감사하자.
난 내 삶의 주인이자, 세상의 티끌이다.
 
아무 것도 없어 보이는 황무지 중에 오토바이가 여러번 왕복해서 생긴 흔적 같은 길이 보인다.
저 길의 끝에는 뭐가 있고, 무슨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황량해서 독특한 풍광이 멋지다.
내가 일반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인니의 풍경은 사람의 발이 안닿는 곳은 항상 풀이 덮여 있었다.
 
롬복 시골의 가장 중요한 수입원은 소 사육이다.
물이 풍부하지 않은 곳이라 그런지, 물소가 아니라 황소다.
여기서 키운 소들은 자와 등지로 팔려 간다고 한다.
 
한국식당 <예전> 사장님께서 꾸따 지역이 드세고 위험하다고 한 근거 중 하나로 말씀하신 경험담인데, 십몇년 전 롬복에 처음 왔을 당시, 이 지역 어떤 마을에서 소도둑이 잡혔는데, 마을 사람들 다 모인 앞에서 목을 잘라 버리는 광경을 직접 목격하셨다고 한다.
농사 짓기에도 마땅치 않은 황량한 땅에서 가장 중요한 생계수단인 소에 관한 범죄에 가장 가혹한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보기엔, 그저 거칠고 수줍은 사람들 같다.
(물론 내가 저 소에 드롭킥을 날리거나, 짱돌을 던지거나 해서 괴롭힌다면, 마을 사람들이 몰려와 수줍게 웃으며 내 목을 잘라 버릴 수도 있겠지만.)
어쨋든, 한참 산업화가 외곽으로 퍼져나가는 경계에 있는, 자카르타 주변 지역의 촌사람들에 비하면 정말 얌전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몇대에 걸쳐 논이었던 곳이 몇 대에 걸쳐 일해 모아도 만질 수 없는 돈에 팔려, 1년도 안되어 그곳에 공장이 들어서고, 옛날에는 뭐 볼 것도 없어서 이 곳에 올 일도 없고 마주칠 일도 없는 인근 지역 사람들이 그 공장으로 돈을 벌러 모여들고, 돈이 있는 곳에 사람이 모여들고 사람이 모여드는 곳에 이런 놈 저런 놈 꼬여들고...
예전부터 터를 잡고 살아 온 사람들의 규칙이 무너지고, 조용한 일상이 깨어지고, 무엇보다도 자기들의 지역이라는 우선권이 박탈 되어감에 따른 분노는 강렬하다.
 
해변마다 너무 좋다.
이렇게 좋은데 왜 이리 인적이 드물까 싶을 정도로 좋다.
 
해변마다 특징이 있는데, 여기 해변은 모래 입자가 굵어서 딛을 때마다 발목까지 쑥쑥 들어간다.
 
해변에 이어진 바위섬에 올라 본다.
제대로 만든 계단이나 난간 따위는 없다.
시멘트로 만든 계단은 파도에 부서져 쓸 수 있을 정도만 남았다.
그냥 저냥 알아서 올라가는 거다.
 
저 해변이 1만 루피아 내고 입장했는데 별거 없었던 딴중 안 해변이다.
바위섬 기준으로 이쪽편은 입장료가 없다.
 
실족해서 떨어지면 중상 입기에 충분한 높이지만, 난간 따위는 없다.
난간의 견고함을 믿고 기대는 편이 더 위험하니, 차라리 없어서 조심하는 편이 더 안전하다. ㅋㅋ
 
해변을 따라 난 완전 비포장 도로를 따라가 본다.
 
길 끄트머리에 마을이 있다.
외지인은 거의 들어오지 않는, 그야말로 찢어지게 가난해 보이는, 지저분하고 허름한 작은 어촌 마을이다.
마을 전경을 보는 순간, 쨍쨍한 대낮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들어가면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 엄습한다.
사진을 찍는 행동 조차도 잘못 걸리면 봉변을 당할 수도 있겠다 싶다.
친구도 뭔가 쎄한 기분이라면서 그냥 돌아갈까 말까 잠깐 망설이는데, 마침 마을 청년 하나가 우리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오는 걸 보고 스쿠터를 천천히 몰아 그 청년에게 다가간다.
난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멀리 떨어져서 보고 있었다. (혹시라도 둘 다 사라져 버리면 누가 우리를 찾을 수 있겠나?)
청년은 반바지 하나만 입고 있었는데 피부가 새카맣고, 눈이 하얗게 번뜩이는데, 아무리 좋게 봐도 호의적인 기색은 전혀 찾을 수가 없어 보였다.
뭐라뭐라 그 청년과 대화를 나눈 친구는 스쿠터를 돌려 내 쪽으로 왔다.
인니어가 잘 통하지 않는데 어쨋든 대충 알아 들은대로면, 여기는 마을이니 해변을 보러 온거면 저쪽(우리가 들렀던 바위섬 해변)으로 가라고 했단다.
군소리 없이 방향을 돌려 나왔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인니는 그리 위험한 나라가 아니다.
다만, 위험한 곳과 아닌 곳을 구분할 수 있다면 그렇단 얘기다.
 
되돌아 나오면서 찍은 풍경
사진 속 집들도 가정집들인데, 그나마 좀 깔끔한 편이다.
 
다시 큰길로 나와 계속 동쪽으로 달리니 아스팔트 깔기 전단계로 길을 닦아 놓은 길이 나온다.
 
그 끝에 마을 입구가 나온다.
이 정도 규모면 그래도 이 근방에서는 읍내다.
 
되게 많이 달린거 같은데 롬복 남동부 끝은 커녕, 반의 반도 못왔다.
너무 쉬엄쉬엄 달렸다.
 
서핑보드를 달고 들어가는 스쿠터가 제법 많길래 졸졸 따라가 봤더니 저런 곳이 나타난다.
디르마가 Dirmaga는 선착장이란 뜻이다.
 
저기쯤에 가니 사람들이 (사진 속 검은 옷 입은 사람 같은) 큰 목소리에 호들갑스러운 동작으로 스쿠터를 옆으로 세우라고 한다.
뭔 규칙 때문에 꼭 세워야 하는 건가 싶어 세웠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냥 호객하는 거였다. ㅋㅋㅋ
서핑하러 온게 아니라 그냥 구경이나 하러 왔다고 하니, 바로 우리에게 흥미를 잃고 마음대로 구경하랜다.
 
선착장이라는 골목으로 들어가 봤다.
이게 뭔 선착장이냐 싶었는데...
 
정말 이게 뭔 선착장이냐 싶다.
 
선착장에 배를 대는게 아니라 저렇게 바다에 내려 걸어 올라와야 한다.
그래도 서핑보드는 옮겨 준다.
이 선착장은 서핑 명소라는 섬으로 데려다 주는 배들이 모이는 곳이랜다.
 
근처에 숙박업소도 두어 군데 있었다.
하지만 그 밖에 인프라는 부족해 보였다.
아직은 서핑을 위해 다른 건 다 포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인가 보다.
그러면서 점점 발전해 나가겠지만, 위치가 애매하다.
꾸따 중심지에서 그리 먼 곳도 아니니, 굳이 여기 묵을 필요성이 큰 것도 아니고.
다만, 마을 입구에 이어진 큰 도로공사가 완료되면 어떨지 모르겠다.
 
호기심에 마을 안쪽으로 더 들어가 봤다.
마주치는 사람들 표정이 호의적이지 않다.
딱히 적대적이지도 않지만, 별로 좋지 않은 징조다.
어느 정도 가다가 풍경도 그저 그렇길래 돌려 나왔다.
 
그냥 돌아갈까 하다 이 큰 길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측량 중이다.
 
길 한복판에 전봇대가 멀뚱히 서있다.
 
길 끝엔 별 거 없었다.
그냥 메인도로로 연결되는 도로였다.
 
꾸따로 돌아가는 길
 
갈림길에서 아무 생각없이 큰 길을 따라 가려다 느낌이 이상하다.
잠시 서서 지도를 검색해보니, 꾸따로 가려면 저 비포장 길로 가는게 맞다.
지도에 표시된대로면 꽤 큰 길이어야 하는데 저 상태다. ㅋㅋ
 
노보텔 들어가는 초입에 이어진다.
꼬마 여자애가 소들을 몰고 있다.
황소가 아니라 물소다.
 
1시쯤 꾸따에 도착하니 사람 하나 보이지 않던 해변에 마을이 들어섰다.
빨래도 널려 있고, 밥 짓는 모습도 보이길래 이거 사람 사는 집들인가 싶었는데, 밤에 와보니 그냥 건물만 있다.
해변 가게들이었다.
 
롬복 꾸따 해변의 랜드마크
하늘에 보이는 빨간 점은 패러글라이딩이다.
사진 오른편 보이지 않는 곳에 경찰들이 점심 먹고 쉬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쳤는데, 헬멧 없이 스쿠터 몰고 다니는 거 뻔히 봤으면서도 별로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
롬복은 좋은 곳이다. ㅋㅋ
 
셔틀 버스 가격표
여기저기 있는 여행사 마다 이런 간판이 걸려 있다.
가격이 조금씩 다르고 흥정도 가능하다.
 
패러 글라이딩
 
꾸따 해변 서쪽으로 좀 더 들어가면 마을 시장이 있다.
아침에만 잠깐 열고 닫는 모양이다.
 
이발소
 
화덕 피자가 눈에 뜨이길래 저녁에 와봐야겠다 싶어 눈여겨 봐두었다.
밑에 다시 얘기하겠지만, 패착이었다.
레스토랑 오른쪽에 회색 벽돌집도 눈여겨 봐두자. 밑에 설명한다.
 
점심 때우러 아무데나 가자 해서 들어간 랄라빤 산따이 식당 Warung Lalapan Santai
의외로 맛집이었다! +_+
편의점 삼거리 근처에서 해변 반대 방향에 있다.
 
사떼도 괜찮고
 
나시 고렝에 딸려 나오는 저 닭튀김이 예술이다. +_+b
 
개도 설렁설렁 드나든다.
오히려 고양이는 별로 못봤다.
 
꾸따 지역 식당에 앉아 있으면, 실로 엮어 만든 팔찌를 팔러 다니는 꼬마애들이 끊임 없이 붙는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거나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관심 없으면 그냥 웃으면서 손이나 고개를 저으면 된다.
귀찮아 하지 말자.
불쌍해 할 것도 없다.
그냥 이 지역의 사람 사는 방식이자, 비즈니스일 뿐이다.
오히려, '어설픈 호의'로 받아 줬다가는 꼬마애들에게 만만하게 찍힌다.
살거면 흥정 짧게 하고 바로 사야 한다.
괜히 늘어지면, 흥정이 결렬되면 바로 붙거나, 자기 물건도 또 사주길 바라는 애들에게 포위된다.
애들이라 우습게 보면 안된다.
떠듬떠듬 영어도 하고, 자신이 불쌍해 보일수록 더 유리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동정심도 얼마든지 능숙하게 이용한다.
애들의 그런 점을 비난하는게 아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어설픈 호의'를 갖지 말라는 얘기다.
50원 가치도 안되는 물건을 동정심을 이용해 몇천원에 팔았다 하더라도, 그건 엄연한 비즈니스다.
 
숙소에 돌아가 쉬었다.
썬크림을 바르지 않은 친구는 새빨갛게 익어 버렸다.
저녁이 되어 어슬렁 어슬렁 나와 아까 낮에 봐두었던 화덕피자집으로 향했다.
 
가격은 착하다.
 
주문 받으면 바로 토핑 올려서 화덕에 굽는다.
여기까진 오호~ 좋다 였다.
 
피자 맛이 개떡 같았다.
아니, 그러면 개떡에게 미안할 정도였다.
 
파스타 맛도 거지 같았다. =_=
 
뭣보다도 이 닭요리가 문제였다.
 
들어가서 앉아 있는데 가게 분위기가 왠지 묘하다.
서양인들 몇 팀이 테이블에 앉았다가 얼마 되지 않아 나가 버린다.
나가는 사람들 뒤에 대고 점원 하나가 뭐라뭐라 한다.
건들건들 걷는 폼이나 표정이 영락없는 양아치이다.
이런저런 놈팽이들 꽤 겪어 봤기 때문에 딱히 우리에게 시비를 걸지 않는다면 그러려니 한다.
문제는 우리가 주문한 요리였다.
우리가 주문한건 양념하지 않은 그냥 닭튀김이었고 밥은 제외했었다.
그런데 다른 손님들이 주문했다가 양아치 점원이 기분 나빠서 나가 버리는 바람에 저 사진 속의 닭요리가 붕 떠버렸다.
양아치 점원은 욕지거리를 하며 어슬렁 거리다, 그 닭요리를 우리 테이블에 내려 놓는다.
기가 막혀서 점원에게 말했다.
"우린 이거 주문하지 않았다."
"이것도 닭요리다. 이것도 맛있다."
"어쨋든 우리는 이거 주문하지 않았다."
"안다. 요리가 잘못(!) 나왔다. 하지만 이것도 충분히 맛있다."
얘기하면서 점점 양아치 점원의 눈이 번들거리면 표정이 심상치 않게 변해간다.
자신의 권고가 끝까지 거절 당하면, 자신의 체면이 크게 손상이 되는 거라고 인식하고 있는 표정이다.
양아치 건달에게 있어서 체면은 목숨줄이다.
자신의 체면을 상하게 한 사람을 그냥 둔다면, 그 집단의 생산적 활동에 도움이 되지 않는 존재인 양아치 건달은, 즉각적으로 모든 마을 사람들의 무시를 받게 된다.
친구와 나는 그 기색을 느끼고 어쩔 수 없이 문제의 닭요리를 받아들여야 했다.
이곳에서 우리는 외지인이고, 이 곳에서 어떤 일까지 벌어질 수 있는지 아직 파악이 되지 않았다.
위험은 피해야 한다.
 
하지만 기분은 상할대로 상했다.
친구가 엿같다는 표정으로 닭요리에 포크를 대려고 하는데 말렸다.
이런 기분에 먹는 음식은 몸을 상하게 할 뿐이다.
양아치 점원의 체면을 살렸다.
이제 우리 존심을 살려야 한다.
피자도 거지 같고, 파스타도 걸레 같다.
맥주는 죄가 없다.
우린 맥주만 싹 비워 버리고 일어섰다.
두 쪽 먹고 남긴 피자와 두어번 포크질 한 파스타와 아예 손도 대지 않은 닭요리는 보란듯이 테이블에 남겨뒀다.
음식점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모욕은 음식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다.
 
저쪽에서 우리가 어쩌나 곁눈질로 보고 있던 양아치 점원이 온다.
"왜 안먹냐?"
우린 피식 웃으며 "됐다."라고 대꾸했다.
양아치 점원 뒷편으로 미안한 기색의 여자 점원이 보인다.
매니저나 사장인듯 보이는 계산대의 아저씨는 음식값을 받고 거스름돈을 세는데, 무표정한 얼굴 한구석이 어둡다.
아마도 그 아저씨는 사장이 됐든 매니저가 됐든, 그 양아치 점원을 통제할 수도, 내보낼 수도 없는 입장을 거다.
억지로 내보내면 어떤 해꼬지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게 말이 되냐 싶겠지만, 한국도 불과 20여년 전에는 그랬다.
양아치 건달은 엮이지 않는게 상책이다.
그들은 타인의 평범한 일상을 파괴하겠다는 협박으로, 혹은 실천으로 살아가는 존재다.
 
그 거지 같은 피자집 옆의 골목에서 인니 디스코텍 특유의 사이키 음악이 들려온다.
컴컴한 골목을 따라 들어가 보니, 아무리 봐도 디스코텍으로 보이지 않는 건물이다.
이거 열어도 되나 망설이는데, 마침 골목 더 안쪽에서 아줌마 한 분이 나왔다.
물어보니 디스코텍 맞고 (씨익 웃으며) '여자들도 있다'고 한다.
문을 슬쩍 열고 들여다 보니, 허름하긴 하지만 디스코텍 맞다.
손님은 하나도 없었고, 분위기는... '비록 아무도 없지만 손님이 들어온다면 어디선가 모르게 여자들이 나타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소싯적(?) 용감했던 시절이라면 진귀한 경험이라도 할 셈으로 들어가 보겠지만, 이제 그런 모험심 따위는 없다.
대충 어떤지 알고 있으니 굳이 확인할 것도 없고. ㅋㅋ
 
 
미지의 장소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으로 저런 곳 한 번 가보고 싶으신 분들에게 드리는 주의사항
1. 털려도 될만 한 것들만 소지한다.
2. 맥주만 마신다. 양주, 현지 술 등 조제하기 쉬운 것들은 절대 절대 마시지 않는다.
3. 비상식적인 어떠한 규칙을 강요 당할 경우, 거절이나 흥정은 괜찮지만, 옳고 그름은 절대 따지지 않는다.
4. 항상 미소를 띤다. 한국인의 일반적인 무표정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화난 걸로 인식된다.
딱 요정도만 주의해도 아주(?) 큰 일은 당하지 않을 겁니다.
그 외 대부분은 마약이나 여자 때문에 생기는 문제일텐데, 그거야 각자 알아서 할 일이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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