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낙서장~ > [평지풍파] 어그로를 끌어보자(4) - 성탄특집

본문 바로가기
  • FAQ
  • 현재접속자 (719)
  • 최신글

LOGIN

1.궁금한 사항은 "궁금해요" 게시판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단순 내용 펌은 삭제 처리합니다. 본인의 의견을 적어주세요.

일상 | [평지풍파] 어그로를 끌어보자(4) - 성탄특집

페이지 정보

작성자 beauticia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2.10) 작성일18-12-21 21:41 조회3,096회 댓글1건
  • 검색
  • 목록
게시글 링크복사 : http://www.indoweb.org/464948

본문


옆 사람과 인사 안 할 자유

 

 

거의 평생 교회를 녔습니어린 시절 늘 엄숙하고 무겁기만 했던 교회분위기를 기억합니군사정권이 사회를 짓누르던 시절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나 중립지대의 해방구처럼 자유가 넘쳐흐르던 당시 교회와 성당도 지금 돌이켜보면 꽤 경직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습니오직 성경책 한 권만이 교회를 지배하던 그 시기에 그루브 넘치던 미국 개신교회들의 선례를 따라 조금씩 소개되던 대중음악을 닮은 가스펠송들이 급기야 수십 권의 복음성가집으로 묶여 파급되기 시작했고 우후죽순처럼 결성된 수많은 워십팀들이 긴 팔리와 허리를 휘저으며 아이돌풍 댄스와 음악을 엄숙한 집사 장로님들 앞에 선보이기 시작했습니어쩌면 진정한 자유주의가 교회에도 스며들기 시작했던 것인지도 모릅니.

 

교회 앞마당과 부속 공간들이 나눔의 바자회와 각종 여가교육취미 동호회 등의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교회는 더욱 개방되었는데 물론 그 순간에 성스러워야 할 하나님의 성전을 장사치들의 소굴로 만들었며 상점과 가판대를 때려 부수며 그 옛날 예루살렘 성전에서 기염을 토하던 예수님이 잠시 떠오르지 않았던 건 아닙니자유주의가 좀 지나치게 창대해져 간 것일까요?

물론 모든 것이 동시에 자유분방해져 갔던 것만은 분명 아닙니여름방학 동안 각종 부서별 활동을 마치고 각 부서장들이 대예배 광고시간에 결과보고를 할 때 회사일로 해외출장을 나간 부장 대신 여름 성경학교 결과보고를 하려던 어린이부 차장에게 '보고는 부장이 하는 것이요!'라며 전교인 수백 명 앞에서 성난 표정으로 질타하던 한 한인교회 담임목사의 일갈을 기억합니예수님은 인류를 구원하려 자신을 버리는 파격을 보였지만 그 목사님은 아주 작은 형식의 파괴조차 용납하지 못했던 것입니물론 그것도 벌써 10여 년 전의 일이니 이젠 그 정도는 고개 끄덕여줄 포용력쯤 생겨났을지도 모르죠그 포용력 생긴 곳이 그 목사님의 마음이든아니면 당시 그 일갈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내 마음이든그 어느 쪽이든 말이죠.

 

많이 완화되고 개방되었 해도 여전히 여기저기 강력한 흔적을 남기고 있는 종교의 경직성은 타고난 본질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종교란 인간을 모든 속박으로부터 구원해 자유롭게 하기 위해 이 세상에 소개된 것이 아니라 대체로 참담하고 패배적인 현실 속에서 정신승리를 허용해 줄 온갖 논리와 믿음을 선사하는 대가로 사람들의 사상과 행동을 속박하려는 본질을 내재하고 있기 쉬운 것이니 말입니물론 그런 과정을 통해 마침내 구원에 이르게 되는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입니그러니 속박하며 옥죄어 오는 종교라면 최소한의 경직성과 그에 따른 엄숙함은 결코 떨쳐버릴 수 없습니그래서 개방된 교회가 점점 더 낮은 곳으로 임할 수록 그 본질적 특성과의 괴리감은 더욱 드러나 결국 숨길 수 없게 되는 법입니.

 

예배가 시작될 때 또는 그 중간에 목사님은 예배당에 모인 신자들에게 이런 요구를 하곤 합니.

"옆사람과 인사하면서 이럴게 말합시주 안에서 당신을 사랑합니."
"이렇게 인사하세요지난 한 주 주님 은혜로 살았습니."


요즘은 수만 명 모이는 대형교회의 목사든달동네나 섬 구석의 개척교회 목사든 목사라면 누구나 시전하고 있는 이 예배진행기법은 언젠가 처음 소개되었을 때만 해도 엄숙하고 진지하기만 하던 당시 분위기를 일신하는 충격적이고 신선한 시도였습니사람들은 아파트 같은 층 이웃들처럼 몇 년간 얼굴도 이름도 익히지 못했던 교회 옆자리의 사람들을 어색해하면서도 한번 돌아볼 수 있게 되었던 것입니.


260A843C591B20E81AB3AC

 

물론 이젠 더 이상 참신하지도획기적이지도 않습니그래서 어느 교회에서나,어떤 목사들이나 모두 애용하는 이 기법에 오히려 거부감으로 치를 떠는 사람들도 있습니꼭 엄숙주의 꼰대들이어서만은 아닙니나 역시 언젠가부터 남이 시키는 데로 살지 않겠 마음 먹고 있었습니내 세대가 학교를 닐 당시 교육당국이 학생들에게 강요했던 온갖 규정과 조례들이 창의적으로 미래를 개척해 나갈 사람들을 육성하기보는 저 높은 곳의 사람들이 시키는 데로 움직이는 순종적인 인간들을 양산하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음을 너무나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입니그 가르침들을 비판없이 수용하고 순종했던 사실을 뼈저리게 후회하던 와중에 옆사람에게 이렇게 또는 저렇게 인사하라는 목사님 말씀에 반감을 느끼는 건 나 혼자뿐일까요사실 나 혼자일 것 같습니하지만 왜 꼭 그마저도 순종하면서 옆사람과 악수하며 시킨 대로 말해야 하는 걸까요?

 

나 송파구 오금동 사는 아무개입니잘 부탁합니.

 

차라리 이게 낫지 않을까요이름도 모르던 옆사람에게 사랑한느니주님 은혜로 살자느니 하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기보 그 기회에 명함을 한 장 꺼내 들고 정식으로 수인사를 나누는 건 지극히 비교회적비신앙적인 일일까요?

 

일요일마 와이셔츠 주머니에 굳이 말보로 담배곽을 끼워 넣고 교회당 문을 들어서던 시절이 있었습니이미 나이 들고서도 그런 중2병 같은 행동을 했던 것은 내가 교회에 니기 때문에 내가 세상에서 가장 고결하고 신앙 깊은 사람이며 결코 흡연자일 리 없는 인상을 사람들에게 줘야 한는 것이 너무나 위선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그래서 교회당에 들어설 때마 난 그렇게 내가 흡연자라는 사실을 더욱 드러내 보이는 패기를 발휘했던 것이죠결국 와이셔츠 주머니에서 담배곽을 넣지 않고 교회에 나가게 된 것은 실제로 담배를 끊고 나서였습니그렇지 않았면 지금도 담배곽을 가슴주머니에 끼우고 성가대에서 노래 부르고 있었을 것입니.

 

옆사람과의 인사는 정말 좋은 일이지만 그 사람에게 건네는 인사의 말을 매번 목사님이 정해주는 대로 따라 할 필요는 없어야만 합니그건 맘에도 없는 말이니 진심이 아니기 때문입니.

 

집사님 교회 끝나고 한 잔 하시죠.

 

차라리 이런 솔직한 진심을 나누는 것이 진짜 신의 뜻인지도 모릅니.

 

난 정말 종교가 인간들을 자유롭게 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종교가 갖는 그 속박의 본질이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을 잘 알면서도요. <>


230F1E3C591B20E41A5263

집사님, 이따 한 잔 해요^^


좋아요 4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명랑쾌활님의 댓글

명랑쾌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아이피 36.♡.79.140 작성일

"주 안에서 당신을 사랑합니. 하지만 주 밖에서는 얘기가 르지요."
(주 = 교회, 주일)

  • 검색
  • 목록
주절주절 낙서장~ 목록
  • Total 7,628건 14 페이지
  • RSS
주절주절 낙서장~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7264 일상 열도의 흔한 길거리 댄스녀 댓글2 지누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8-08 6219
7263 일상 자식이 아버지에게 하고 싶은 말.... 댓글3 mal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9-24 7478
7262 일상 원격수학 댓글1 콩돌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0-27 4728
7261 일상 지끗지끗한 교통난 댓글4 보리사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1-14 7301
7260 일상 pt c-site 전화번호 아시는 분 공유 부탁합니 댓글2 bala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2-06 7477
7259 일상 서태지, 현진영, 이수만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 - 90년대 가요사 댓글5 요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2-31 11372
7258 일상 이번에 인니 여행을 마치고 새로 가입한 새내기 입니... 댓글3 워모보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7-02-11 6626
7257 일상 자카르타 사람과 한국 사람들의 차이 댓글18 권토중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1-29 9726
7256 일상 음.., 댓글2 再出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2-05 6135
7255 일상 전자담배 판매하시는 분 연락주세요 댓글3 bala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2-17 6372
7254 감동 좋아요1 학교서 배우지않은 북부여 이야기(펌) 댓글1 돌도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1-04 3222
7253 일상 좋아요1 포인트 없어서 글도 못쓰고... 메일 댓글달아도 20포인트.. 댓글9 구레아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8-04 4770
7252 유머 점프 실패 영상모음 댓글1 레클레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8-02 3239
7251 일상 파일 공유 해요~ 댓글2 버거소녀당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7-08-28 5941
7250 일상 남대문 방화범 잡혔어요. 댓글5 비행소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8-02-12 7936
7249 일상 주간 검색어 1위가 좀 그러네요 댓글2 부울독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8-03-10 5802
7248 일상 마음들 푸세요....ㅋㅋㅋ 댓글8 블록M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8-08-27 7540
7247 답변글 일상 아쉬움. 댓글2 Jawafro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8-10-10 6636
7246 일상 [아이들음악] 뽀롱뽀롱 뽀로로,생일축하. 댓글6 첨부파일 이쁜이리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8-03-19 11522
7245 일상 금연 포스터의 오점...[아고라펌] 댓글3 첨부파일 슝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9-05-06 4511
7244 일상 비키니 입은 여자 스타들, 지존은? /korea 댓글9 데니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9-06-29 6319
7243 일상 재미있는 이야기(펀) 댓글5 일상야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9-07-10 5397
7242 일상 좋아요1 광고로 가득차가는 인도 웹~~~ 댓글22 달보는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9-11-10 6443
7241 일상 좋아요3 유모는 유모일뿐 오해는 하지말자 댓글7 데니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2-18 6189
7240 일상 . 댓글11 OrdinaryLif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5-26 6209
7239 일상 좋아요3 필립님 많이 도와주세요~ 댓글3 데미그라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6-16 6288
7238 일상 쓸 글들은 넘치는데 포인트가 너무 안모이네요...공유좀 해주실분 계신… 댓글5 whitekimboy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8-30 4725
7237 기타 건강검진 병원 댓글2 궁금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1-02 3606
게시물 검색

인도웹은 광고매체이며 광고 당사자가 아닙니다. 인도웹은 공공성 훼손내용을 제외하고 광고정보에 대한 책임을 지지않습니다.
Copyright ⓒ 2006.7.4 - 2024 Powered By IndoWeb.Org. All rights reserved. Email: ad@indoweb.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