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낙서장~ > [MT시평]잠깐! 먹이를 주지 마세요

본문 바로가기
  • FAQ
  • 현재접속자 (934)
  • 최신글

LOGIN

1.궁금한 사항은 "궁금해요" 게시판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단순 내용 펌은 삭제 처리합니다. 본인의 의견을 적어주세요.

일상 | [MT시평]잠깐! 먹이를 주지 마세요

페이지 정보

작성자 mal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3.138) 작성일14-04-12 12:21 조회4,016회 댓글3건
  • 검색
  • 목록
게시글 링크복사 : http://www.indoweb.org/361257

본문

동남아 휴양지의 바닷가 모래사장. 네 살 남짓한 두 꼬마가 서로 멀찌감치 떨어져 거의 한 시간째 각각의 모래성을 쌓고 있. 두 아이의 부모들은 비치파라솔 아래에서 아이들을 지켜보며 책을 읽고 있. 갑자기 비가 내린. 하지만 아이들은 꿈쩍도 않는. 자신이 만든 모래성이 위풍당당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지금, 그깟 비 따위가 무슨 대수랴. 

하지만 두 어머니의 서로 른 반응은 참으로 흥미롭. 아이의 이름을 고래고래 부르는 어머니. 아! 한국말이. 감기 걸리니 그만 올라오라고 소리친. 싫는 아이에게 몇 번 더 윽박지르더니 아빠를 시켜서 들쳐 업고 오게 한. 아이의 울음소리에 남겨진 모래성이 외롭.

내 바로 옆 파라솔에 있던 서양아이의 어머니는 내리는 비의 양을 손바닥으로 가늠하며 지켜보가 빗줄기가 거세지자 아이에게 걸어간. 그리고는 뭐라고 대화를 나누더니 아이 곁에서 앉아서 함께 모래성을 쌓는. 모래성을 계속 쌓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아이가 결정하게 한 것이리라.

삶에서 운이라는 요소를 고려치 않는면, 이 두 아이의 미래를 예측하는데 굳이 선험적 지식이나 특별한 예지력이 요구되지 않는.

인생에서 꿈과 의지는 참으로 중요한 부분이. 굳이 둘 중 하나만 갖는면 무엇이어야 할까 하는 오지랖 넓은 궁금증이 있었더랬. 꿈이 없는 의지는 맹목적이고, 의지 없는 꿈은 허망할 것이니 말이. 그 답을 지난해 키나발루산 등반에서 찾았

입산 3일째 되던 날, 새벽 2시부터 산을 오른. 그래야 해발 4100미터 동남아 최고봉에서의 해돋이를 볼 수 있기 때문이. 어둠 속에서 달빛과 랜턴에 의지하여 끊임없이 오르막뿐인 산을 네 시간 넘게 올라가니 정상이. 정상에 올라보니 우리가 올라온 산이 원뿔모양이었음을 알게 된. 끝도 없이 내려가는 하산길. "정말 우리가 이토록 가파른 길을 올라 온 거야?"라며 모두 놀라워한. "만약 우리가 정상까지의 길을 환할 때 봤면 중도에 포기했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

그래, 올리버 크롬웰이 말했지.
"사람은 자신이 오르고 있는 곳을 모를 때 가장 높은 곳까지 오른"고. 결국, 꿈보는 의지가 더 중요하고 결론 내렸. 굳센 의지가 자신의 꿈과 한계를 넘어서는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하니 말이. 하지만 만약 그 꿈이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이어서 저절로 의지를 동반한면 어떨까. 키나발루 정상까지의 가파른 길을 우리가 보았 할지라도 정상을 향한 가슴 뛰는 꿈이 어떠한 고행도 견뎌낼 굳센 의지를 동반한면 말이.

여기서 나는 나름의 결론을 내렸. 꿈과 의지 중 하나를 택해야 한면 의지이. 하지만 그 꿈이 가슴 뛰는 것이어서 의지를 동반케 하는 것이라면 꿈의 힘이 더 세. 모래성을 만들던 아이에겐 빗줄기를 이겨낼 만한 의지가 샘솟는 것이며, 살아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는 사람은 어떠한 시련도 이겨낸고 했으니 말이
결국 아이의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가 선택해야 할 것은 아이 스스로 가슴 뛰는 꿈을 꾸게 만들고 이를 곁에서 조용히 지켜봐 주는 것이어야 한

하지만 불행히도, 아이들의 생각과 행동이 부모의 결정에 의존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 그게 우리 자식 잘되라고 하는 거란. 나는 선생님들의 '사랑의 매'라는 것과, "너 잘되라고 그러지 우리 잘 되라고 그러니?"라는 부모의 말은 진실에서 멀리 떨어진 이야기라고 믿는 사람이. 한번 따져보자. 그게 아이의 욕심인가, 아니면 부모의 욕심인가. 주위의 칭찬이 자자한 범생이의 노력은 스스로의 삶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부모의 욕망에 부응하기 위함인가. 후자라면 참으로 슬픈 일이 아닐 수 없. 아이들의 진로를 결정해주고 의지마저 대신 채워주는 열성 부모덕에 아이가 훌륭하게 자랄 것이라고 하는 건, 살대만 남은 찢어진 우산으로도 소나기에 젖지 않을 거라 우기는 것과 매한가지이

체제는 추세에 순응하며 경쟁에서 이기라고 말한. 그러면 더 누리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경쟁은 효율성을 전제로 하기에 경험과 전략에 출중한 부모가 나서야 한. 여기에 아이들의 시행착오와 경험은 설 자리가 없. 경험이 인생의 거의 전부인데도 말이.

세상은 "너의 삶을 제대로 누리라"고 하지 않는.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를 물을 뿐 어떤 삶을 살 것인지에 대해서도 묻지 않는. 솔직해지자. 우리들에게 가슴 뛰는 일들이 있었던가? 힐링 열풍은 어른들 대부분의 삶이 그러하지 못했는 반증이. 이제 우리 아이들만큼은 가슴 뛰는 꿈을 스스로 찾도록 조금 더 기려 주자. 그리하여 콩닥거리는 마음으로 자신의 꿈을 위해 과감하게 도전하며 굳센 의지로 자신의 삶을 채우도록 하자. 자신의 존재가 반짝반짝 빛나는 별처럼 느끼도록 자존감을 갖게 하자. 그것만이 아이들의 진정한 성공을 담보하는 길이요, 청소년 자살률이 OECD국가 가운데 2위라는 오명을 벗는 일이라고 필자는 믿는.

휴양지에서 돌아온 음날 아침 탄천을 산책하 잉어들이 특히 많이 모여 있는 곳에는 예외 없이 걸려있는 공고판에 눈길이 머문. "잠깐! 먹이를 주지 마세요. 면역력, 생존능력이 떨어집니." 그게 비단 물고기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닐 것이.
좋아요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명랑쾌활님의 댓글

명랑쾌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아이피 103.♡.28.22 작성일

좋은 글 잘 읽었습니.
문득 예전에 했었던 어줍잖은 생각이 떠올라 보태 봅니.

문화권에 따른 자식이라는 존재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합니.
1. 자식을 자신의 유전자를 이어 받은 '객체'로 인식 - 서구권 대부분, 일본
2. 자식을 자신의 '분신'으로 인식 - 한국
3. 자신과 자식은 모두 가문(혹은 부족, 씨족)의 일원이라는 인식 - 동양권 대부분

자식을 자신의 분신이라 여기기 때문에, 자신이 바라는 것을 자식에게 투영하고 싶은 심리가 강하지 않나 생각합니.
자식이 자신의 분신이기 때문에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시행착오를 겪는 것을 싫어하지 않나 생각합니.
비록 자식으로서는 '처음' 그 시행착오를 겪는 것이지만, 자식=내 분신=나 니까요.

한국도 예전엔 3번의 경향이었는데, 핵가족화 되고 친족 간의 유대가 옅어지면서 2번 경향이 심해지지 않았나 싶습니.
불과 20~30여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딸들이 학교 못니고 공장 나가 돈 벌어 아들 뒷바라지 하는게 보통이었습니.
근래 중국도 신중산층을 중심으로 한국과 비슷한 조짐을 보이고 있는듯 하구요.
흥미로운 사실은, 최근 한국의 경향이 점차 1번으로 가고 있는듯 합니.
(위의 본문과 같은 성찰과 공감도 그런 경향의 하나라고 생각합니.)
친척 사회의 유대감을 강하게 경험하지 못한 세대가 부모가 되어가고 있고, 게가 구성원의 노후를 가족 집단이 부양하지 않는 (혹은 못하는) 사회 상황도 한 몫 하고 있습니.
그런 면에서 본면, 어쩌면 자식을 분신처럼 여기며 과도하게 간섭하는건, 한국 문화의 독특함이 아니라 급격한 사회경제적 변화에 대응하여 3번에서 1번으로 변화하는 '과도기'가 아닐까 생각합니.

한국은 정말 역동적인 나라 같습니.
그도 그럴것이, 한국과 같은 사회경제정치의 급성장은 세계에 유래가 없으니까요.
지금의 지역, 세대, 성별, 계층 등 모든 갈등도 어찌보면 급격한 변화에 따른 필연적인 후유증이 아닐까 싶습니.


...잔잔한 감동의 글에 요상하고 딱딱한 글을 붙여 버렸네요... =_=;

  • 검색
  • 목록
주절주절 낙서장~ 목록
  • Total 7,628건 16 페이지
  • RSS
주절주절 낙서장~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7208 답변글 일상 삼양라면 이야기 [펌] 댓글6 첨부파일 쥬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3-15 6441
7207 일상 커피공부 재미 없나요 ? (5편 ) 댓글8 첨부파일 일분동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5-21 4077
7206 푸념 찌부부르 아마루 댓글5 0908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10-12 6066
7205 기타 혹시 식용 김 가공 업을 하시 거나, 업체를 아시는 분 계신가요? 댓글2 고드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12-20 4439
7204 일상 세상에서 제일 비참하게 라면먹는 사람들. 처절주의 댓글1 derk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7-18 3650
7203 기타 안녕하세요 서울예술대학교 학생입니! 댓글1 첨부파일 하영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2-05 2290
7202 일상 루피아 환율정보 댓글7 jossle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8-08 6244
7201 기타 좋아요4 삭제 댓글2 beauticia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4-04 2323
7200 일상 좀 더 채로운 세상을 향하여 댓글10 beauticia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01-06 6197
7199 일상 욕심많은 일본 돼지 댓글3 첨부파일 스마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9-26 6376
7198 유머 예쁜 주인이 바이올린을 연주 할 때 고양이 반응 댓글1 레클레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8-25 21206
7197 답변글 일상 Re: 오류 신고. 댓글3 마니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5-12 4259
7196 일상 전기충격기 샀음 댓글26 첨부파일 해인아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4-01 12132
7195 일상 배송비 무료라 해서 249불짜리 악기하나 해외에서 구입했더니 댓글8 해인아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2-05 5695
7194 일상 어제 운전 면허증 만들고 왔습니 ~~~~ (직접) 댓글77 아이뻐5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8-22 23330
7193 일상 홍수 때문에... 댓글12 첨부파일 연평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1-18 6246
7192 일상 운전면허증 만들었습니. 댓글6 친구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7-24 4466
7191 일상 포인트어떻게 적립하나요 댓글1 정이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3-18 4220
7190 기타 좋아요1 지금 인니 입국시 KF94 마스크 반입 수량 제한이 있나요? 댓글7 cuku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7-20 9728
7189 일상 SAT학원 / SAT캠프 에듀모스트 댓글2 에듀모스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4-10 4213
7188 일상 물파스 구입처 알려 주세요. 댓글3 치즈를옮긴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4-25 3867
7187 일상 좋아요1 인도웹에서 2021년 신년 인사 드립니. 댓글2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2-30 10276
7186 일상 "중국 졸부들 무례 못 참겠" … 눈살 찌푸린 지구촌 댓글2 mal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8-12 5590
7185 일상 뽄독인 부근의 마사지샵 댓글2 인다곮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0-02 4904
7184 일상 싱가폴에서 비자받기 댓글3 beauticia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2-20 9745
7183 일상 인도네시아 달러 정기 예금 이자가 얼마나 될까요? 댓글1 김태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5-19 6566
7182 일상 땅그랑에 20대후반.... 없나요? 댓글11 분홍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2-08 8101
7181 일상 찌부부르쪽 골프연습장 두군데 있고 들었는데 혹시 전화번호 아시면 위… 댓글4 bala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2-15 6848
게시물 검색

인도웹은 광고매체이며 광고 당사자가 아닙니다. 인도웹은 공공성 훼손내용을 제외하고 광고정보에 대한 책임을 지지않습니다.
Copyright ⓒ 2006.7.4 - 2024 Powered By IndoWeb.Org. All rights reserved. Email: ad@indoweb.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