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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 [MT시평]잠깐! 먹이를 주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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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l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3.138) 작성일14-04-12 12:21 조회3,997회 댓글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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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휴양지의 바닷가 모래사장. 네 살 남짓한 두 꼬마가 서로 멀찌감치 떨어져 거의 한 시간째 각각의 모래성을 쌓고 있다. 두 아이의 부모들은 비치파라솔 아래에서 아이들을 지켜보며 책을 읽고 있다. 갑자기 비가 내린다. 하지만 아이들은 꿈쩍도 않는다. 자신이 만든 모래성이 위풍당당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지금, 그깟 비 따위가 무슨 대수랴. 

하지만 두 어머니의 서로 다른 반응은 참으로 흥미롭다. 아이의 이름을 고래고래 부르는 어머니. 아! 한국말이다. 감기 걸리니 그만 올라오라고 소리친다. 싫다는 아이에게 몇 번 더 윽박지르더니 아빠를 시켜서 들쳐 업고 오게 한다. 아이의 울음소리에 남겨진 모래성이 외롭다.

내 바로 옆 파라솔에 있던 서양아이의 어머니는 내리는 비의 양을 손바닥으로 가늠하며 지켜보다가 빗줄기가 거세지자 아이에게 걸어간다. 그리고는 뭐라고 대화를 나누더니 아이 곁에서 앉아서 함께 모래성을 쌓는다. 모래성을 계속 쌓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아이가 결정하게 한 것이리라.

삶에서 운이라는 요소를 고려치 않는다면, 이 두 아이의 미래를 예측하는데 굳이 선험적 지식이나 특별한 예지력이 요구되지 않는다.

인생에서 꿈과 의지는 참으로 중요한 부분이다. 굳이 둘 중 하나만 갖는다면 무엇이어야 할까 하는 오지랖 넓은 궁금증이 있었더랬다. 꿈이 없는 의지는 맹목적이고, 의지 없는 꿈은 허망할 것이니 말이다. 그 답을 지난해 키나발루산 등반에서 찾았다. 

입산 3일째 되던 날, 새벽 2시부터 산을 오른다. 그래야 해발 4100미터 동남아 최고봉에서의 해돋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둠 속에서 달빛과 랜턴에 의지하여 끊임없이 오르막뿐인 산을 네 시간 넘게 올라가니 정상이다. 정상에 올라보니 우리가 올라온 산이 원뿔모양이었음을 알게 된다. 끝도 없이 내려가는 하산길. "정말 우리가 이토록 가파른 길을 올라 온 거야?"라며 모두 놀라워한다. "만약 우리가 정상까지의 길을 환할 때 봤다면 중도에 포기했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래, 올리버 크롬웰이 말했지.
"사람은 자신이 오르고 있는 곳을 모를 때 가장 높은 곳까지 오른다"고. 결국, 꿈보다는 의지가 더 중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굳센 의지가 자신의 꿈과 한계를 넘어서는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만약 그 꿈이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이어서 저절로 의지를 동반한다면 어떨까. 키나발루 정상까지의 가파른 길을 우리가 보았다 할지라도 정상을 향한 가슴 뛰는 꿈이 어떠한 고행도 견뎌낼 굳센 의지를 동반한다면 말이다.

여기서 나는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꿈과 의지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의지이다. 하지만 그 꿈이 가슴 뛰는 것이어서 의지를 동반케 하는 것이라면 꿈의 힘이 더 세다. 모래성을 만들던 아이에겐 빗줄기를 이겨낼 만한 의지가 샘솟는 것이며, 살아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는 사람은 어떠한 시련도 이겨낸다고 했으니 말이다. 
결국 아이의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가 선택해야 할 것은 아이 스스로 가슴 뛰는 꿈을 꾸게 만들고 이를 곁에서 조용히 지켜봐 주는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아이들의 생각과 행동이 부모의 결정에 의존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그게 다 우리 자식 잘되라고 하는 거란다. 나는 선생님들의 '사랑의 매'라는 것과, "너 잘되라고 그러지 우리 잘 되라고 그러니?"라는 부모의 말은 진실에서 멀리 떨어진 이야기라고 믿는 사람이다. 한번 따져보자. 그게 아이의 욕심인가, 아니면 부모의 욕심인가. 주위의 칭찬이 자자한 범생이의 노력은 스스로의 삶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부모의 욕망에 부응하기 위함인가. 후자라면 참으로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이들의 진로를 결정해주고 의지마저 대신 채워주는 열성 부모덕에 아이가 훌륭하게 자랄 것이라고 하는 건, 살대만 남은 찢어진 우산으로도 소나기에 젖지 않을 거라 우기는 것과 매한가지이다

체제는 추세에 순응하며 경쟁에서 이기라고 말한다. 그러면 더 누리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경쟁은 효율성을 전제로 하기에 경험과 전략에 출중한 부모가 나서야 한다. 여기에 아이들의 시행착오와 경험은 설 자리가 없다. 경험이 인생의 거의 전부인데도 말이다.

세상은 "너의 삶을 제대로 누리라"고 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를 물을 뿐 어떤 삶을 살 것인지에 대해서도 묻지 않는다. 솔직해지자. 우리들에게 가슴 뛰는 일들이 있었던가? 힐링 열풍은 어른들 대부분의 삶이 그러하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이제 우리 아이들만큼은 가슴 뛰는 꿈을 스스로 찾도록 조금 더 기다려 주자. 그리하여 콩닥거리는 마음으로 자신의 꿈을 위해 과감하게 도전하며 굳센 의지로 자신의 삶을 채우도록 하자. 자신의 존재가 반짝반짝 빛나는 별처럼 느끼도록 자존감을 갖게 하자. 그것만이 아이들의 진정한 성공을 담보하는 길이요, 청소년 자살률이 OECD국가 가운데 2위라는 오명을 벗는 일이라고 필자는 믿는다.

휴양지에서 돌아온 다음날 아침 탄천을 산책하다 잉어들이 특히 많이 모여 있는 곳에는 예외 없이 걸려있는 공고판에 눈길이 머문다. "잠깐! 먹이를 주지 마세요. 면역력, 생존능력이 떨어집니다." 그게 비단 물고기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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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명랑쾌활님의 댓글

명랑쾌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아이피 103.♡.28.22 작성일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문득 예전에 했었던 어줍잖은 생각이 떠올라 보태 봅니다.

문화권에 따른 자식이라는 존재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1. 자식을 자신의 유전자를 이어 받은 '객체'로 인식 - 서구권 대부분, 일본
2. 자식을 자신의 '분신'으로 인식 - 한국
3. 자신과 자식은 모두 가문(혹은 부족, 씨족)의 일원이라는 인식 - 동양권 대부분

자식을 자신의 분신이라 여기기 때문에, 자신이 바라는 것을 자식에게 투영하고 싶은 심리가 강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자식이 자신의 분신이기 때문에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시행착오를 겪는 것을 싫어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비록 자식으로서는 '처음' 그 시행착오를 겪는 것이지만, 자식=내 분신=나 니까요.

한국도 예전엔 3번의 경향이었는데, 핵가족화 되고 친족 간의 유대가 옅어지면서 2번 경향이 심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불과 20~30여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딸들이 학교 못다니고 공장 나가 돈 벌어 아들 뒷바라지 하는게 보통이었습니다.
근래 중국도 신중산층을 중심으로 한국과 비슷한 조짐을 보이고 있는듯 하구요.
흥미로운 사실은, 최근 한국의 경향이 점차 1번으로 가고 있는듯 합니다.
(위의 본문과 같은 성찰과 공감도 그런 경향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친척 사회의 유대감을 강하게 경험하지 못한 세대가 부모가 되어가고 있고, 게다가 구성원의 노후를 가족 집단이 부양하지 않는 (혹은 못하는) 사회 상황도 한 몫 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어쩌면 자식을 분신처럼 여기며 과도하게 간섭하는건, 한국 문화의 독특함이 아니라 급격한 사회경제적 변화에 대응하여 3번에서 1번으로 변화하는 '과도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국은 정말 역동적인 나라 같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한국과 같은 사회경제정치의 급성장은 세계에 유래가 없으니까요.
지금의 지역, 세대, 성별, 계층 등 모든 갈등도 어찌보면 급격한 변화에 따른 필연적인 후유증이 아닐까 싶습니다.


...잔잔한 감동의 글에 요상하고 딱딱한 글을 붙여 버렸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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