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낙서장~ > 가슴 찡한이야기.. 퍼온글

본문 바로가기
  • FAQ
  • 현재접속자 (870)
  • 최신글

LOGIN

1.궁금한 사항은 "궁금해요" 게시판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단순 내용 펌은 삭제 처리합니다. 본인의 의견을 적어주세요.

감동 | 가슴 찡한이야기.. 퍼온글

페이지 정보

작성자 순진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15.19) 작성일11-11-12 15:39 조회8,035회 댓글4건
  • 검색
  • 목록
게시글 링크복사 : http://www.indoweb.org/love/bbs/tb.php/memo/31967

본문

48b83b86c13fc

허름한 바지를 입고 엉덩이를 들썩이며 방걸레질을 하는 아내. 

"여보, 점심 먹고 나서 베란다 청소 좀 같이 하자." 

"나 점심 약속 있어." 

ga-f-11.gif

해외출장 가 있는 친구를 팔아 한가로운 일요일, 

아내와 집으로부터 탈출하려 집을 나서는데 

양푼에 비빈 밥을 숟가락 가득 입에 넣고 우물거리던 아내가 

나를 본다. 

무릎 나온 바지에 한쪽 다리를 식탁위에 올려놓은 

모양이 영락없이 내가 제일 싫어하는 아줌마 품새다. 



"언제 들어 올 거야?" 

"나가봐야 알지." 



시무룩해 있는 아내를 뒤로하고 밖으로 나가서, 

친구들을 끌어 모아 술을 마셨다. 

12시가 될 때까지 그렇게 노는 동안, 

아내에게 몇 번의 전화가 왔다. 

받지 않고 버티다가 마침내는 배터리를 빼 버렸다.

1671F9484D60C1B4135370

그리고 새벽 1시쯤 난 조심조심 대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내가 소파에 웅크리고 누워 있었다. 

자나보다 생각하고 조용히 욕실로 향하는데 힘없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2001BE504D7FDEB32C368F

"어디 갔다 이제 와?" 

"어. 친구들이랑 술 한잔.... 어디 아파?" 

"낮에 비빔밥 먹은 게 얹혀 약 좀 사오라고 전화했는데..." 

"아... 배터리가 떨어졌어. 손 이리 내봐." 



여러 번 혼자 땄는지 아내의 손끝은 상처투성이였다. 

20023A504D7FDEB22BE37C

"이거 왜 이래? 당신이 손 땄어?" 

"어. 너무 답답해서..." 

"이 사람아! 병원을 갔어야지! 왜 이렇게 미련하냐?" 



나도 모르게 소리를 버럭 질렀다. 

여느 때 같으면, 마누라한테 미련하냐는 말이 뭐냐며 

대들만도 한데, 아내는 그럴 힘도 없는 모양이었다. 

그냥 엎드린 채, 가쁜 숨을 몰아쉬기만 했다. 

난 갑자기 마음이 다급해졌다. 

아내를 업고 병원으로 뛰기 시작했다. 

115F1B0C49843A6D741853

하지만 아내는 응급실 진료비가 아깝다며 이제 말짱해졌다고 

애써 웃어 보이며 검사받으라는 내 권유를 물리치고 병원을 나갔다. 



다음날 출근하는데, 아내가 이번 추석 때 

친정부터 가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 

노발대발 하실 어머니 얘기를 꺼내며 안 된다고 했더니 

"30년 동안, 그만큼 이기적으로 부려먹었으면 됐잖아. 

그럼 당신은 당신집 가, 나는 우리집 갈 테니깐." 

ga-f-07.gif

큰소리친 대로, 아내는 추석이 되자, 짐을 몽땅 싸서 

친정으로 가 버렸다. 

나 혼자 고향집으로 내려가자, 어머니는 세상천지에 

며느리가 이러는 법은 없다고 호통을 치셨다. 

결혼하고 처음. 아내가 없는 명절을 보냈다. 

0608dd25c313d4f960ef7d2ffe7905f4.gif

집으로 돌아오자 아내는 태연하게 책을 보고 있었다. 

여유롭게 클래식 음악까지 틀어놓고 말이다. 



"당신 지금 제정신이야?" 

"....." 

"여보 만약 내가 지금 없어져도, 당신도 애들도 

어머님도 사는데 아무 지장 없을 거야. 

나 명절 때 친정에 가 있었던 거 아니야. 

병원에 입원해서 정밀 검사 받았어. 

당신이 한번 전화만 해봤어도 금방 알 수 있었을 거야. 

당신이 그렇게 해주길 바랐어." 

colordeco07.gif

아내의 병은 가벼운 위염이 아니었던 것이다. 

난 의사의 입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저 사람이 지금 뭐라고 말하고 있는 건가, 

아내가 위암이라고? 전이될 대로 전이가 돼서, 

더 이상 손을 쓸 수가 없다고? 삼 개월 정도 시간이 있다고... 

지금, 그렇게 말하고 있지 않은가.' 



아내와 함께 병원을 나왔다. 

유난히 가을 햇살이 눈부시게 맑았다. 

집까지 오는 동안 서로에게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엘리베이터에 탄 아내를 보며, 앞으로 나 혼자 

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에 돌아가야 한다면 어떨까를 생각했다. 



문을 열었을 때, 펑퍼짐한 바지를 입은 아내가 없다면, 

방걸레질을 하는 아내가 없다면, 

양푼에 밥을 비벼먹는 아내가 없다면, 

술 좀 그만 마시라고 잔소리해주는 아내가 없다면, 

나는 어떡해야 할까... 



아내는 함께 아이들을 보러 가자고 했다. 

아이들에게는 아무 말도 말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서울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은, 

갑자기 찾아온 부모가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아내는 살가워하지도 않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공부에 관해, 건강에 관해, 수없이 해온 말들을 하고있다. 

아이들의 표정에 짜증이 가득한데도, 

아내는 그런 아이들의 얼굴을 사랑스럽게 바라보고만 있다. 

난 더 이상 그 얼굴을 보고 있을 수 없어서 밖으로 나왔다. 

165AAD2E4CCDFA8F77FB7A

"여보, 집에 내려가기 전에... 

어디 코스모스 많이 펴 있는 데 들렀다 갈까?" 

"코스모스?" 

"그냥... 그러고 싶네. 꽃 많이 펴 있는 데 가서, 

꽃도 보고, 당신이랑 걷기도 하고... 



"아내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이런 걸 해보고 싶었나보다. 

비싼 걸 먹고, 비싼 걸 입어보는 대신, 

그냥 아이들 얼굴을 보고, 꽃이 피어 있는 길을 나와 함께 걷고... 



"당신, 바쁘면 그냥 가고..." 

"아니야. 가자." 



코스모스가 들판 가득 피어있는 곳으로 왔다. 

아내에게 조금 두꺼운 스웨터를 입히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1156811420461.jpg

"여보, 나 당신한테 할 말 있어." 

"뭔데?" 

"우리 적금, 올 말에 타는 거 말고, 또 있어. 

3년 부은 거야. 통장, 싱크대 두 번째 서랍 안에 있어. 

그리구... 나 생명보험도 들었거든. 

재작년에 친구가 하도 들라고 해서 들었는데, 잘했지 뭐. 

그거 꼭 확인해 보고..." 

"당신 정말... 왜 그래?" 

"그리고 부탁 하나만 할게. 올해 적금 타면, 

우리 엄마 한 이백만원 만 드려. 

엄마 이가 안 좋으신데, 틀니 하셔야 되거든. 

당신도 알다시피, 우리 오빠가 능력이 안 되잖아. 부탁해." 

520sqe.jpg

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고 말았다. 

아내가 당황스러워하는 걸 알면서도, 

소리 내어... 엉엉..... 눈물을 흘리며 울고 말았다. 

이런 아내를 떠나보내고... 어떻게 살아갈까.... 



아내와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아내가 내 손을 잡는다. 

요즘 들어 아내는 내 손을 잡는 걸 좋아한다. 

5lz021.jpg

"여보, 30년 전에 당신이 프러포즈하면서 했던 말 생각나?" 

"내가 뭐라 그랬는데..." 

"사랑한다 어쩐다 그런 말, 닭살 맞아서 질색이라 그랬잖아?" 

"그랬나?" 

"그 전에도 그 후로도, 당신이 나보고 사랑한다 

그런 적 한 번도 없는데, 그거 알지? 

어쩔 땐 그런 소리 듣고 싶기도 하더라." 

2zr2iyc.jpg

아내는 금방 잠이 들었다. 

그런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나도 깜박 잠이 들었다. 

일어나니 커튼이 뜯어진 창문으로, 

아침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여보! 우리 오늘 장모님 뵈러 갈까? 장모님 틀니... 연말까지 

미룰 거 없이, 오늘 가서 해드리자." 

"................" 

"여보... 장모님이 나 가면, 좋아하실 텐데... 

여보, 안 일어나면, 안 간다! 여보?!..... 여보!?....." 

4d53dig.gif

좋아하며 일어나야 할 아내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난 떨리는 손으로 아내를 흔들었다. 

이제 아내는 웃지도, 기뻐하지도, 잔소리 하지도 않을 것이다. 

난 아내 위로 무너지며 속삭였다. 

사랑한다고... 어젯밤... 이 얘기를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mlqpg9.jpg
좋아요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유심님의 댓글

유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아이피 110.♡.205.154 작성일

그간 바쁘다는 핑계로 얼마나 많은 날을 아내를 아프게 했는지,
가슴을 울리는 글입니다.
제 생각엔 정말 첫째가 아내고, 둘째가 건강인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oecd님의 댓글

oecd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아이피 203.♡.61.178 작성일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당신을 !!! 진한 감동 여운! 건강 그리고 가정엔 언제나 사랑행복 가득 만들기를 모두에게 기원 !!!

  • 검색
  • 목록
주절주절 낙서장~ 목록
  • Total 6,237건 89 페이지
  • RSS
주절주절 낙서장~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3773 일상 처절한 남자의 처절한 삶, 처절한 하루입니다.처절한 남자의 처절한 삶… 댓글1 derk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7-13 4092
3772 노하우/팁 스티븐아카데미 학생들 UC대학원서를 도와주면서 느낀점 (스티븐허원장) StevenAcadem…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12-07 3012
3771 일상 찌부부르에 계신 MR.Lee 전상서 댓글31 독고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8-30 7393
3770 일상 첫 여행의 설레임.... 고구마구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7-30 3649
3769 기타 전경련 "한미일 3국 정상회담, 포괄적 협력 확대 기대" 레디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8-23 1647
3768 일상 인도네시아가 기대됩니다. 댓글5 인도네시아방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8-13 5088
3767 일상 인도네시아 서류 한국 제출하려면? 현지 아포스티유 인증 온라인 신청방… 첨부파일 한국통합민원센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11-08 1365
3766 일상 일본인 3세 혼다의원이 바라본 위안부 문제 댓글2 첨부파일 스마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8-22 3327
3765 일상 2024 K-FOREST 글로벌 서포터즈 모집 첨부파일 운영사무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04-18 11563
3764 일상 간단한 설문조사~ 리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9-05 3784
3763 일상 송편 만드는 법~ 댓글2 하늘빛레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9-18 4642
3762 기타 치과치료가격 댓글3 바이크몰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2-24 4824
3761 일상 이젠 화가 나다 못해 어이가 없습니다. 댓글7 쿠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0-07 5018
3760 일상 K팝 말레이시아 공연(11월 6일) 댓글2 첨부파일 스마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0-12 3963
3759 일상 포인트가 모자라서 중요한 문의를.. 댓글9 처음이라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0-19 3334
3758 일상 Water Cutting mal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0-31 3710
3757 일상 안동찜닭 엄청맛있어요 댓글16 순진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1-19 6218
3756 일상 배송비 무료라 해서 249불짜리 악기하나 해외에서 구입했더니 댓글8 해인아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2-05 5818
3755 일상 戀愛 10訣 mal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2-18 3404
3754 일상 인도네시아에서의 토익 댓글1 불꽃남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2-31 4547
3753 일상 @@@@긴 급 공 지@@@@인도네시아 신종 범죄 댓글14 어부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1-10 7159
3752 일상 텔콤셀의 후불제 Kartu Halo 한국에 특정 번호가 전화가 안되는… 댓글4 녹색의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1-22 4189
3751 일상 잡동사니 버리기 십계명 댓글5 mal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2-19 4106
3750 일상 박 대통령 4000원짜리 지갑 ‘화제’.. 국산브랜드 ‘소산당’ 제품 댓글7 일체유심조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3-14 4223
3749 일상 찌까랑 OO추어탕 댓글19 허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3-27 6221
3748 일상 한국 마트 보다 좋은 시장을 이용하자!! 댓글9 물안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4-04 4642
3747 일상 사람을 찾습니다.... 댓글3 건뚱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4-18 4870
3746 일상 답장좀 부탁해여 댓글5 다람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5-16 4896
게시물 검색

인도웹은 광고매체이며 광고 당사자가 아닙니다. 인도웹은 공공성 훼손내용을 제외하고 광고정보에 대한 책임을 지지않습니다.
Copyright ⓒ 2006.7.4 - 2024 Powered By IndoWeb.Org. All rights reserved. Email: ad@indoweb.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