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낙서장~ > [책으로 역사읽기]피를 토하듯 세상을 고발한 ‘참여시의 작가’ 다산

본문 바로가기
  • FAQ
  • 현재접속자 (1868)
  • 최신글

LOGIN

1.궁금한 사항은 "궁금해요" 게시판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단순 내용 펌은 삭제 처리합니다. 본인의 의견을 적어주세요.

일상 | [책으로 역사읽기]피를 토하듯 세상을 고발한 ‘참여시의 작가’ 다산

페이지 정보

작성자 mal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30.232) 작성일13-10-13 17:23 조회4,860회 댓글0건
  • 검색
  • 목록
게시글 링크복사 : http://www.indoweb.org/337179

본문


▲ 이 개만도 못한 버러지들아…노만수 엮어옮김, 앨피
                                                      이기환 선임기자 lkh@kyunghyang.com  입력 : 2013-10-11 20:06:36수정 : 2013-10-11 22:50:01
 
“내가 이것 때문에 곤액을 치르는구나!”(‘애절양·哀絶陽’)1803년 전남 강진의 백성이 스스로 남근을 잘라버렸다. 그 아내가 피가 뚝뚝 떨어지는 남근을 들고 관아의 문을 두드렸지만 소용없었다.
 
대체 무슨 사정이었을까. 부부는 사흘 전 아이를 낳았다. 마을 이장은 기다렸다는 듯 핏덩이를 군적에 편입하고는 부부의 소(牛)를 토색질해갔다. 그러자 남편은 “내가 남근을 잘못 놀린 탓에 아이를 낳았다”며 자해한 것이었다. 다산 정약용이 고발한 군정 문란의 생생한 현장이다. 갓난아이는 물론 죽은 사람까지 군적에 올려 군포(군대 가는 대신 내는 세금)를 징수하는 무자비한 가렴주구에 백성들은 녹아났다. 오죽했으면 자신의 남근까지 잘라버리고 말았을까. 다산의 고발시와 글을 읽고 있노라면 피가 거꾸로 솟고 몸서리가 쳐진다. “시대를 가슴 아파하고, 세속에 분개하지 않으면 시가 아니다(不傷時憤俗非詩)”라고 절규한 다산이 아니던가. 다산 정약용의 저작물을 엮어 논한 책 <이 개만도 못한 버러지들아>는 이런 ‘참여작가’로서의 다산을 흥미롭게 풀고 있다.
 
“~똑같은 우리나라 백성들이라네/ 마땅히 세금을 거둘 셈이면/ 부자들에게 거두어야 옳구나(가矣是富人)/ ~왜 품팔아 빌어먹고 사는 무리에게만 치우치는가.(偏於傭개倫)”(‘하일대주·夏日對酒’)다산은 전정의 문란을 한탄하면서 ‘부자감세’ 대신 공평과세와 ‘부유세’의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한 것이다. 동학농민혁명을 예언하기도 했다.

“유리걸식하는 백성이 길을 가득 메웠고, 마을은 텅 비었습니다. 수령과 감사는~애오라지 백성들만 노략질하는 데 여념이 없습니다. 남쪽 지방에 우환이 있을 것입니다.”(‘여김공후·與金公厚’)
이 시가 나온 지(1809년) 85년 뒤 다산의 우려대로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났다. 다산의 칼날은 사단칠정이 어떻고, 주리·주기론이 어떻고 하면서 공허한 당파싸움을 벌이던 선비들을 겨눈다. 그는 특히 송시열을 ‘머저리(癡)’라고 하고, 그를 맹신하고 신봉하는 무리를 ‘뭇바보(衆愚)’라 폄훼한다.(‘술지·述志’) 그러면서 ‘경세제민’을 도외시한 ‘과거학’과 함께 지역·적서·당파의 차별을 ‘백성의 적’으로 삼았다.

10명 중 8~9명을 버린단 말입니까. 평민이라 버리고, 중인이라 버리고, 서관(평안)·북관(함경)·해서(황해)·송경(개성)·심도(강화)·관동(강원)·호남(전라) 출신이라 버리고, 서얼이라 버리고…. 오로지 권문세가 몇 십 가문만 버림받지 않은 자입니다.”(‘통색의·通塞議’)

그는 또 “책상물림 선비들~/
농사에 게으르니 무진장 굶주리는 게 마땅하다”(‘기민시·飢民詩’)고 읊었다. 놀고먹는 선비들을 직업전선으로 쫓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뿌리 깊은 지역편견을 두고는 “동해건 서해건 마음도 같고 도리도 같다(東海西海 心同理同)”(‘거관사설·居官四說’)고 했다. 지금 이 순간도 가슴깊이 새겨야 할 한마디다.

다산은 유배시절에 자식들을 위한 가르침을 전하면서 “재물이란 꽉 쥘수록 더 미끄럽게 빠져나가는 미꾸라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남겨줄
유산 중 하나는 ‘근(勤)’이요, 다른 하나는 ‘검(儉)’ ”이라고도 했다.(‘시이아가계·示二兒家誡’) 이번에 다산 연구서를 펴낸 노만수의 말마따나 다산은 조선 후기 봉건적 병폐 앞에 피폐해진 백성의 삶을 피를 토하듯 고발한 참여시의 작가였다 할 수 있다.

“나라를 다스리는 치안책을 알려거든 들판 농부에게 묻는 것이 낫다.”(‘유림만보·楡林晩步’) 18년간의 유배는 백성들의 삶을 그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느꼈던 기회였다. 하지만 안타까운 노릇이다. 비분강개, 고발하고, 또 나름의 해결책까지 제시했지만 그뿐이었다. 그저 참여시의 작가로 끝났다는 것이 슬플 뿐이다. 한마디 더…. 슬그머니 부아가 끓어오른다. 영조와 정조? 누가 중흥군주였고 개혁군주였단 말인가. 다산의 고발대로 백성이 유리걸식하고, 죽어가고 있었는데….



 
좋아요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검색
  • 목록
주절주절 낙서장~ 목록
  • Total 6,236건 8 페이지
  • RSS
주절주절 낙서장~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6040 기타 노인성 냄새 관리법 댓글1 mal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8-10 3549
6039 일상 [테크노]18세 소녀 제노 첨부파일 이쁜이리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8-03-10 6286
6038 기타 "유전자 變心(변심) 막는 게 癌 예방의 핵심" mal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0-10 2869
6037 일상 어긋난 대화 마법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8-04-06 5786
6036 기타 중금속을 배출시키는 음식 진심이복덩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3-24 2941
6035 일상 뉴스를 보다가... 댓글1 데미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8-04-27 6680
6034 기타 잘 알려지지 않은 '살 빼는 법' 7가지 은혜희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9-04 3940
6033 일상 크루져선 유감..1000명 한국인 뽑겠다는 계획은 좋지만..--; 댓글2 seawolf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8-06-08 7851
6032 일상 깼다, 깼다, 드디어 깼다.......! 댓글2 마요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8-07-19 5068
6031 유머 여자친구가 너무 밝혀요....... ㅠ ㅠ 댓글2 derk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0-08 8273
6030 일상 식당에서 에피소드 댓글2 크리스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8-08-05 5898
6029 유머 네이버 지식인의 중3수준 댓글3 아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1-17 4063
6028 기타 좋아요1 취업도 안 된 상태에서 당장 인도네시아로 떠나는 것은 역시 미친짓일까… 댓글34 distantlov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3-20 9377
6027 일상 [유머] 내기 골프 댓글3 코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8-09-11 6399
6026 유머 퍼즐 맞추기 게임 댓글1 mal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2-27 2597
6025 일상 미쳐가고 있는 환율.. 댓글1 찬바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8-10-09 6120
6024 유머 여자친구의 거친 숨소리에 자꾸;;; 생리 현상이 발생합니다 derk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3-21 5990
6023 일상 MB-강만수, 100% 알고 보니 '찰떡궁합'…'한글이름 궁합점' 정… 댓글4 창공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8-10-31 7707
6022 유머 웃긴이야기 에이츠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4-27 2529
6021 일상 쎄라젬이 들어왔네요.. 댓글6 한겨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8-11-21 9666
6020 유머 남자라면 한번 빤 담배는, 다시는 빨지 않는다. derk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5-24 3296
6019 일상 인도네시아미디어에 실린 한국식당에 대한 글 댓글4 한겨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8-12-12 6948
6018 유머 인기많은 남자의 눈물나는 최후 댓글2 derk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7-04 3670
6017 일상 잘들 주무셨나요? 운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9-01-19 5074
6016 유머 부부 싸움 MARIJO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7-29 2866
6015 일상 잔잔한 감동 댓글4 주주르아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9-01-28 4569
6014 유머 매운 치킨을 먹다가, 봉변을 당했다. derk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8-09 3105
6013 일상 10번 모두 차이는 남자들의 공통점 댓글2 여기인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9-02-21 4891
게시물 검색

인도웹은 광고매체이며 광고 당사자가 아닙니다. 인도웹은 공공성 훼손내용을 제외하고 광고정보에 대한 책임을 지지않습니다.
Copyright ⓒ 2006.7.4 - 2024 Powered By IndoWeb.Org. All rights reserved. Email: ad@indoweb.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