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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 '67만의 기적' 택배 할아버지의 고백, "사실 제 아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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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l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163.139) 작성일13-12-23 16:25 조회5,241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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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지난 12일 한 택배 회사의 페이스북에 머리가 하얗게 센 한 노인 택배원의 사진이 올라왔다. 그리고 이 사진 한 장으로 인해 네티즌이 만든 감동 사연이 시작됐다.

사진 속 노인은 한규태(68·예명 배창희)씨로 한씨의 손에 들린 커다란 종이에는 "저는 지하철 택배원입니다"로 시작하는 사연이 적혀 있었다. 한씨는 "회사에서 '좋아요'(페이스북의 추천 기능) 1만 번 넘으면 제 아내랑 제주도 여행 보내준대요. 젊은이 여러분 도와주세요"란 사연으로 페이스북 이용자들에게 부탁했다.

이 사진을 몇몇 네티즌들이 여러 인터넷커뮤니티로 퍼 날랐고, 얼마 뒤 해당 사진의 '좋아요'는 택배 회사에서 약속한 1만 건을 훌쩍 넘겼다. 네티즌들이 한씨를 돕기 위해 하나로 뭉쳤던 것이다. 

그러자 또 다른 사진 한 장이 택배 회사 페이스북에 올라왔다. 이번에는 한씨가 다른 종이를 들고 있었다. 종이에는 "젊은이 여러분 감사합니다. 회사에서 약속대로 제주도 가기로 했습니다"라고 적혀있었고, 여행 경비를 전액 부담하겠다는 회사 대표의 약속도 덧붙여져 있었다. 

한씨의 사연이 화제가 된 후 처음 올린 사진의 '좋아요'는 무려 67만 건을 넘어섰다. 사연은 이곳저곳에 알려지며 방송국에도 전해졌고, 한씨는 지난 20일 SBS 러브FM 'DJ쇼! 당신은 라디오스타'에 출연했다. 그리고 방송에서 한씨는 자신을 도운 네티즌들은 몰랐던 비밀 하나를 털어놨다.

한씨는 "한편으로 마음이 무거웠다. 사실 제 아내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라고 고백했다. 이어 차분한 목소리로 아내와의 사연을 읽어내려갔다. 

"아내와 전 오랜 결혼 기간 동안 그 흔한 제주도 여행 한 번 못 가봤습니다. 먹고 사느라 바빠서 신혼여행도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못 갔죠. 그러다 아내가 암에 걸렸습니다. 유방암 초기였습니다. 치료를 끝냈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후 다른 쪽에도 유방암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몇 년 후에 대장암도 발병했습니다. 암은 곧 폐로 전이됐고, 마지막에는 머리까지 번졌습니다. 저는 대장암이 발견됐을 때부터 모든 일을 놓고 아내 곁에만 있었습니다. 건강할 때 제주도 구경 한 번 못 시켜준 게 마음의 한이 되더군요. 아내 환갑 때 병상에 누워있던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당신 꼭 살려낼게. 당신 칠순 때는 제주도로 여행도 다녀오자'고 그렇게 말이죠. 그러나 아내는 칠순을 한 해 남겨두고 아픈 생을 마쳤습니다. 저는 아내의 영정 사진을 집 현관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있습니다. 아직도 일하러 갈 때는 '잘 다녀올게', 퇴근해서는 '나 왔어' 이렇게 아내의 영정 사진을 보면서 인사를 합니다. 많은 네티즌들의 힘으로 저는 며칠 후면 제주도 여행을 떠납니다. 아내의 영정 사진을 품에 꼭 안고 다녀오려고 합니다. 칠순 때 같이 가자던 약속은 못 지켰지만 아내도 이해해 주겠죠? 40년 만의 부부 동반 제주도 여행, 벌써부터 설렙니다."

한씨의 사연에 DJ와 청취자도 함께 눈물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난 24일 택배 회사 페이스북에는 제주국제공항을 배경으로 택배원 복장이 아닌 말끔한 정장 차림에 멋들어진 중절모를 쓴 한씨의 사진이 올라왔다. 이번에도 한씨의 손에는 메시지가 적힌 종이가 들려있었다. 


"젊은이 여러분 감사합니다. 67만 명의 '좋아요' 응원 덕분에 제주도에 도착하였습니다. 2박 3일 동안 즐거운 여행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넷, 페이스북, 그리고 서로가 누군지도 알지 못하는 67만 명의 네티즌이 일군 기적에 감사하는 한씨의 인사였다.

[한규태씨. 사진출처 = 택배 회사 달인지하철퀵 페이스북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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