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낙서장~ > [책으로 역사읽기]피를 토하듯 세상을 고발한 ‘참여시의 작가’ 다산

본문 바로가기
  • FAQ
  • 현재접속자 (1070)
  • 최신글

LOGIN

1.궁금한 사항은 "궁금해요" 게시판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단순 내용 펌은 삭제 처리합니다. 본인의 의견을 적어주세요.

일상 | [책으로 역사읽기]피를 토하듯 세상을 고발한 ‘참여시의 작가’ 다산

페이지 정보

작성자 mal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30.232) 작성일13-10-13 17:23 조회4,854회 댓글0건
  • 검색
  • 목록
게시글 링크복사 : http://www.indoweb.org/337179

본문


▲ 이 개만도 못한 버러지들아…노만수 엮어옮김, 앨피
                                                      이기환 선임기자 lkh@kyunghyang.com  입력 : 2013-10-11 20:06:36수정 : 2013-10-11 22:50:01
 
“내가 이것 때문에 곤액을 치르는구나!”(‘애절양·哀絶陽’)1803년 전남 강진의 백성이 스스로 남근을 잘라버렸다. 그 아내가 피가 뚝뚝 떨어지는 남근을 들고 관아의 문을 두드렸지만 소용없었다.
 
대체 무슨 사정이었을까. 부부는 사흘 전 아이를 낳았다. 마을 이장은 기다렸다는 듯 핏덩이를 군적에 편입하고는 부부의 소(牛)를 토색질해갔다. 그러자 남편은 “내가 남근을 잘못 놀린 탓에 아이를 낳았다”며 자해한 것이었다. 다산 정약용이 고발한 군정 문란의 생생한 현장이다. 갓난아이는 물론 죽은 사람까지 군적에 올려 군포(군대 가는 대신 내는 세금)를 징수하는 무자비한 가렴주구에 백성들은 녹아났다. 오죽했으면 자신의 남근까지 잘라버리고 말았을까. 다산의 고발시와 글을 읽고 있노라면 피가 거꾸로 솟고 몸서리가 쳐진다. “시대를 가슴 아파하고, 세속에 분개하지 않으면 시가 아니다(不傷時憤俗非詩)”라고 절규한 다산이 아니던가. 다산 정약용의 저작물을 엮어 논한 책 <이 개만도 못한 버러지들아>는 이런 ‘참여작가’로서의 다산을 흥미롭게 풀고 있다.
 
“~똑같은 우리나라 백성들이라네/ 마땅히 세금을 거둘 셈이면/ 부자들에게 거두어야 옳구나(가矣是富人)/ ~왜 품팔아 빌어먹고 사는 무리에게만 치우치는가.(偏於傭개倫)”(‘하일대주·夏日對酒’)다산은 전정의 문란을 한탄하면서 ‘부자감세’ 대신 공평과세와 ‘부유세’의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한 것이다. 동학농민혁명을 예언하기도 했다.

“유리걸식하는 백성이 길을 가득 메웠고, 마을은 텅 비었습니다. 수령과 감사는~애오라지 백성들만 노략질하는 데 여념이 없습니다. 남쪽 지방에 우환이 있을 것입니다.”(‘여김공후·與金公厚’)
이 시가 나온 지(1809년) 85년 뒤 다산의 우려대로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났다. 다산의 칼날은 사단칠정이 어떻고, 주리·주기론이 어떻고 하면서 공허한 당파싸움을 벌이던 선비들을 겨눈다. 그는 특히 송시열을 ‘머저리(癡)’라고 하고, 그를 맹신하고 신봉하는 무리를 ‘뭇바보(衆愚)’라 폄훼한다.(‘술지·述志’) 그러면서 ‘경세제민’을 도외시한 ‘과거학’과 함께 지역·적서·당파의 차별을 ‘백성의 적’으로 삼았다.

10명 중 8~9명을 버린단 말입니까. 평민이라 버리고, 중인이라 버리고, 서관(평안)·북관(함경)·해서(황해)·송경(개성)·심도(강화)·관동(강원)·호남(전라) 출신이라 버리고, 서얼이라 버리고…. 오로지 권문세가 몇 십 가문만 버림받지 않은 자입니다.”(‘통색의·通塞議’)

그는 또 “책상물림 선비들~/
농사에 게으르니 무진장 굶주리는 게 마땅하다”(‘기민시·飢民詩’)고 읊었다. 놀고먹는 선비들을 직업전선으로 쫓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뿌리 깊은 지역편견을 두고는 “동해건 서해건 마음도 같고 도리도 같다(東海西海 心同理同)”(‘거관사설·居官四說’)고 했다. 지금 이 순간도 가슴깊이 새겨야 할 한마디다.

다산은 유배시절에 자식들을 위한 가르침을 전하면서 “재물이란 꽉 쥘수록 더 미끄럽게 빠져나가는 미꾸라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남겨줄
유산 중 하나는 ‘근(勤)’이요, 다른 하나는 ‘검(儉)’ ”이라고도 했다.(‘시이아가계·示二兒家誡’) 이번에 다산 연구서를 펴낸 노만수의 말마따나 다산은 조선 후기 봉건적 병폐 앞에 피폐해진 백성의 삶을 피를 토하듯 고발한 참여시의 작가였다 할 수 있다.

“나라를 다스리는 치안책을 알려거든 들판 농부에게 묻는 것이 낫다.”(‘유림만보·楡林晩步’) 18년간의 유배는 백성들의 삶을 그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느꼈던 기회였다. 하지만 안타까운 노릇이다. 비분강개, 고발하고, 또 나름의 해결책까지 제시했지만 그뿐이었다. 그저 참여시의 작가로 끝났다는 것이 슬플 뿐이다. 한마디 더…. 슬그머니 부아가 끓어오른다. 영조와 정조? 누가 중흥군주였고 개혁군주였단 말인가. 다산의 고발대로 백성이 유리걸식하고, 죽어가고 있었는데….



 
좋아요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검색
  • 목록
주절주절 낙서장~ 목록
  • Total 6,235건 29 페이지
  • RSS
주절주절 낙서장~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5451 일상 애들아! 미안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에.... 첨부파일 mal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4-24 5281
5450 일상 2014년 아시아 대학들 평가 순위 댓글2 1500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5-13 5593
5449 일상 루피아 환율 9천대.. 댓글10 더운나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5-23 8912
5448 일상 전세계 최저가 항공권 찾는 어플입니다~ spira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6-03 5715
5447 일상 배터리 없이 '전선 속'에 전기를 저장하는 新기술 등장 mal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6-14 6830
5446 일상 이제 곧 장마가 온다고 하네요 ㅠㅠ 댓글6 초보유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6-26 4922
5445 일상 7월 17일 현지 방송사인 NET TV 아침 7시에 저희 GGCAMP… 멋진가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7-16 5139
5444 일상 노니쥬스 요 *^^* 댓글9 먹충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7-29 8057
5443 일상 이미그레이션 관련 궁굼사항 댓글11 돌도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8-14 8885
5442 일상 헬스남 역기녀 지누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9-01 5588
5441 일상 영어를 잘 한다는 객관적인 기준은??? 댓글1 bluesky21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9-14 5888
5440 일상 환전 prettygir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9-29 4400
5439 일상 [안드로이드앱] 인도네시아에서 즐기는 핸드폰을 이용한 돈벌기. 댓글1 애드퀘스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0-28 8742
5438 일상 까라와치 운전기사 필요하신분 소개 드립니다. 댓글2 철든완자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2-15 6274
5437 일상 스페이스 해외 파트너를 찾습니다. 스페이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1-08 6124
5436 일상 클래시 오브 클랜 같이 즐겨요 댓글1 hery2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1-27 5637
5435 일상 인도웹카드 댓글1 bala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2-06 7024
5434 일상 무료로 드려요. 영어 회화 강의 (중/고급) + 말하는 문법책 - 네… 첨부파일 goodthi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1-09 5863
5433 일상 포인트가 부족해서 글을작성할수 없으면,,, 댓글7 큰행복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2-03 6452
5432 일상 충렬고 동문님들을 찾습니다!! 댓글5 냉커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2-26 8020
5431 일상 한국에서 뜨는 류현진 광고 문희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3-03 5915
5430 일상 골프장갑 제조 회사 찾습니다. 댓글3 하리밍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1-13 7528
5429 답변글 일상 Re: 인도웹 샾 버그 리포트... 마니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5-20 4808
5428 일상 안티바이러스 추천해주세요~~ 댓글2 호수공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6-08 4889
5427 감동 모든 것은 하나부터 댓글3 Atti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6-12-22 5827
5426 감동 혈액형 별로 보는 사내연예 호박마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7-02-27 6931
5425 감동 보고르 인근 나들이를 다녀와서 댓글5 지구촌나그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7-07-06 6785
5424 감동 고맙습니다 ^*^ 댓글2 Atti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7-11-30 5067
게시물 검색

인도웹은 광고매체이며 광고 당사자가 아닙니다. 인도웹은 공공성 훼손내용을 제외하고 광고정보에 대한 책임을 지지않습니다.
Copyright ⓒ 2006.7.4 - 2024 Powered By IndoWeb.Org. All rights reserved. Email: ad@indoweb.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