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낙서장~ > 중년 남성의 냄새

본문 바로가기
  • FAQ
  • 현재접속자 (1229)
  • 최신글

LOGIN

1.궁금한 사항은 "궁금해요" 게시판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단순 내용 펌은 삭제 처리합니다. 본인의 의견을 적어주세요.

일상 | 중년 남성의 냄새

페이지 정보

작성자 mal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2.♡.123.9) 작성일13-09-14 09:20 조회6,847회 댓글0건
  • 목록
게시글 링크복사 : http://www.indoweb.org/332841

본문


관계가 꼭 위기에 처하지 않아도 중년 부부가 한 이불을 쓰지 않거나 각방살이를 하는 경우는 꽤 많은 듯하다. 대체로 여성 쪽에서 이런 요구를 하는 것 같다. 이때 상당수의 남성이 여성의 욕망이나 사랑이 약화된 탓이라고 받아들인다. 다소 민망함을 무릅쓰고 여성들 쪽의 진실을 알려줘야 할 것 같다. 아내는 남편의 냄새 때문에 동침을 거부하는 것이다. 술냄새, 담배냄새, 생리현상의 냄새까지(코 고는 소리는 양념이다), 중년의 남편은 아내에게 성과 사랑의 정신분석학적 차원보다는 단순한 생화학적 두통거리로서 함께 자기 어려운 존재다.

고깃집에서 나올 때 냄새제거제를 잘 뿌리고 잘 씻고 특히 양치질을 꼭 잘하시라고 권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자기관리에 실패한 중년 남성을 비난하는 것으로는 이 생화학적 문제의 진실을 결코 발견하기 어렵다. 중년 남성이 늦은 밤 아내 옆에서 풍기는 이 혐오스러운 냄새의 사회학적 실체란, 그가 참전한 또 하루의 전쟁터에서 묻혀온 화약과 총상의 냄새이며, 그 상처를 응급처치하기 위해 들이켠 ‘소독용’ 알코올의 냄새인 것이다. 그러니까 아내가 동침을 회피하며 내세우는 성적 욕망의 감퇴는 사실 연기에 가깝다. 그녀는 냄새 때문이라는 즉물적 진실을 차마 말하지 못한다. 그것은 전장에서 잠시 귀환한 부상병에 대한 모욕이라는 것을 그녀 자신이 아주 잘 알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한 정당의 후보가 내세운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슬로건은 많은 사람들에게 역대급 구호로 받아들여졌다. 당이나 후보 개인에 대한 지지 여부와는 별개로 이 평범한 세 어휘는 한국인들의 심장에 깊은 울림을 던졌다. 현대 한국인들에게, 특히 중년 남성들에게 개인적 행복과 가족의 행복, 사회적 성공은 대체로 대립하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사회적으로 성공해야만 가족도 행복할 수 있지만 대개 현실에서 사회적 성공이란 중년 남성의 육신과 정신이 민망한 냄새로 황폐해진 대가로 획득한 전리품에 가깝다. 문제는 개체로서의 어느 가족도 이 중년 남성만 쏙 빼놓고서 행복해지기 어렵다는 데 있다. 결국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성공’이라는 껍데기를 제외하면 행복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지 모른다. 우리는 지금 이런 세상에 살고 있다.

남성의 생애주기에서 40대 중반부터 50대 중반에 이르는 시기는 사회적으로 황금기에 해당한다. 사회적 활동 범위가 가장 넓어지고 지위는 정점을 향해 치닫는다. 계급·계층이라는 잣대를 제외하고 본다면 그들은 분명히 우리 사회의 갑 중 갑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이 층을 형성하는 남성들 대다수가 이른바 ‘386세대’에 속한다. 이들은 젊어서 민주주의라는 이상에 헌신했고, 정치적·경제적·사회적 보상과 위신을 획득했다. 게다가 한국 영화 ‘1천만 관객’ 시대를 연 주역이기도 하다. 그만큼 문화적 감수성도 갖추었다. 아마 이 세대는 단군 이래 가장 풍요로운 정치·사회·문화적 자원을 갖추었을 것이다. 바로 이들이 냄새를 풍기는 중년 남성이다. 이 세대가 지금 이 냄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지 않는다면 문제 해결의 가능성은 더 요원해질지 모른다.

사실 냄새를 풍기지 않는 사람은 없다. 우리 모두는 살아온 이력에 걸맞은 냄새를 풍긴다. 그러니까 마흔 살 이후에는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하듯이, 중년을 넘어서면 냄새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 중요한 점은, 지금 한국 사회에서 중년 남성들의 냄새 문제 해결은 그들 각자가 해결해야 할 사적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행복을 위해 책임져야할 공적 영역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때 중년 남성의 냄새는 더 이상 악취가 아니라 살아온 삶을 올곧이 드러내는 삶의 체취로서 온당한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좋아요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목록
주절주절 낙서장~ 목록
  • Total 8,423건 252 페이지
  • RSS
주절주절 낙서장~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395 기타 남편 몸통에 붉은 두드래기들이 오십개쯤 생겼어요 댓글2 oisi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8-07 6833
1394 일상 집을 구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혹시 여자??? 댓글5 i맑은거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4-14 6835
1393 일상 어린이 비상약...어떤걸 챙겨가는게 좋을까요? 댓글10 곰순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7-22 6836
1392 일상 배터리 없이 '전선 속'에 전기를 저장하는 新기술 등장 mal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6-14 6836
1391 일상 Resmi, Wisatawan dari 45 Negara Bebas … 댓글2 인도르네시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6-13 6836
1390 일상 감사했습니다.... 댓글4 뚜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7-07-25 6838
1389 일상 말레이시아 비자여행 후기 댓글3 오랑우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8-07-09 6839
1388 감동 오늘 무척 덥죠? 얼음 동동 시원한 냉면 드세요^^* 댓글15 카타리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7-22 6842
1387 일상 자카르타 bandung 쪽게 거주하시는 교민분들 도와주세요 ㅜㅜ 댓글2 이호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0-24 6845
1386 일상 하하하!! 아침부터 기분 좋네요~ 댓글8 쭈리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7-10-20 6846
1385 일상 소스 하나 달랬다가 쫄딱 망한 한국 대기업 사연 댓글10 mal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3-18 6847
열람중 일상 중년 남성의 냄새 첨부파일 mal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9-14 6848
1383 일상 한국사는 사람들을 위한 추천신간~!! 댓글4 바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7-07-04 6849
1382 감동 인도웹 회원님들... 댓글11 보타니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2-30 6850
1381 기타 양생법(養生法)- 배가 따뜻한 사람이 건강하다. S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9-05-02 6850
1380 기타 이게 참외일까? 오이일까? '먼띠문수리' S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9-05-02 6854
1379 일상 재외국민 특례입학이 장난아니군여..엄청 빡세졌네..==; 댓글1 seawolf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9-08-15 6857
1378 일상 인도네시아 고음질 10탄 - Balawan -Trade Wind 댓글4 첨부파일 seawolf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7-10-05 6858
1377 감동 모든것이 그리운 나이 댓글4 trustsindo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9-07-17 6858
1376 일상 치킨퐁 배달.. 왜 안될까요?? 댓글11 모나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6-20 6861
1375 일상 20대 친구 구해요. 댓글3 슬램덩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11-12 6861
1374 일상 인도네시아동요-Naik naik ke puncak gunung goodneighbor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5-25 6862
1373 기타 좋아요2 인도네시아 음식배달 시장, 2020년 37억 달러… 동남아 1위 ssags7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02-08 6864
1372 일상 6월1일 벙개합니다~ 댓글8 요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9-05-27 6865
1371 감동 [유머]웃기는 양계장 댓글4 20000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2-29 6865
1370 일상 안녕하세요~ 다들 일요일 잘들 쉬고 계신지요~? 댓글8 첨부파일 chri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6-11-12 6867
1369 일상 안녕하세요^^ ★뉴욕★콘트라베이스★게스트 하우스★ 입니다. 첨부파일 콘트라베이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8-09-15 6868
1368 일상 담배 끊을수있는 방법좀 알려주세요....ㅠㅡㅠ 댓글15 손수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3-13 6868
게시물 검색

인도웹은 광고매체이며 광고 당사자가 아닙니다. 인도웹은 공공성 훼손내용을 제외하고 광고정보에 대한 책임을 지지않습니다.
Copyright ⓒ 2006.7.4 - 2024 Powered By IndoWeb.Org. All rights reserved. Email: ad@indoweb.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