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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 싸우듯 살아가는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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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oodneighbor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124.100) 작성일10-10-03 21:49 조회5,82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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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듯 살아가는 당신에게

 

저녁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 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 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

 

- 도종환의 시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

 

화려하고 꽉 찬 노을이나 보름달보다

가느다랗고 흐릿한 별빛이나 그믐달

 

열매 없이 눈길만 끄는 국화꽃보다

보잘 것 없어도 열매를 내는 콩꽃 팥꽃

 

한 순간만 화사한 계절꽃보다

변함없이 오래가는 억새풀

 

바위도 깎아내는 힘센 파도보다

편안히 기댈 수 있는 강물

 

별, 그믐달, 콩꽃, 팥꽃, 억새풀, 강물......

그것들도 분명 행복할 수 있습니다.

아직 그것을 사랑하는

시인이 있기 때문입니다.

 

싸움에 지친 지금은

다큐멘터리 실화나 과학 이야기보다는

먼 이야기 신화가

훨씬 더 소중합니다

 

누구든

행복할 수 있습니다.

yk

*** 참빛교회 홈페이지에서  http://chambitjkt.org/jasin/request_name/SAL1/cntr/view/document_id/93/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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