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SNS > [DI] [채인숙] 헨드라 구나완... 가족의 이름으로

본문 바로가기
  • FAQ
  • 현재접속자 (367)
  • 최신글

LOGIN


운영자 쪽지 보내기

[DI] [채인숙] 헨드라 구나완... 가족의 이름으로

페이지 정보

작성자 wolf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135.98) 작성일17-01-15 18:04 조회7,226회 댓글0건
  • 검색
  • 목록
게시글 링크복사 : http://www.indoweb.org/441565

본문

헨드라 구나완. 네덜란드 강점기와 1965년 군사 정변 등 인도네시아 현대사의 질곡을 온 몸으로 겪어낸 가장 상징적인 화가입니다. 오늘날 그의 그림은 인도네시아의 예술 공연장이나 공공장소에서 가장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그림이 되었지만, 시대적 시련을 오로지 그림으로 표현하며 견디어 냈던 화가로서의 삶은 결코 녹록치 않았습니다. 채인숙의 인도네시아 예술기행 9화, ‘헨드라 구나완... 가족의 이름으로’. 그를 만나보세요. 

 

http://dailyindonesia.co.kr/news/view.php?no=14859

 

어느 한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내었던 예술가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가 열대의 숨막히는 더위 속에서 살았던 인물이건 사계절의 아름다운 변화를 즐기는 나라에서 살았던 인물이건, 늘 어둡고 추운 기운이 느껴진다. 완전히 자유롭기를 갈망했기 때문에 예술가가 되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곧잘 시대적 사명에 속박당하거나 물리적인 압력에 갇히곤 했다. 그리고 사력을 당해 자신들이 가져야 할 정당한 자유를 그림으로 표현하며 견디었다. 그런 점에서 헨드라 구나완은 인도네시아 현대사의 질곡을 온 몸으로 겪어낸 가장 상징적인 이름이다.

 

37c628bbaf74b1285831ccde5d7ff63f_1484477 

▲ 헨드라 구나완

 

인도네시아의 현대사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기점을 꼽자면, 아마도 수카르노 정권이 무너지고 수하르또 정권이 들어서는 1960년대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1965년 9월, 반제국주의와 친공산당 정책을 펴 나갔던 수카르노 정권이 위기를 맞으면서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그를 지지해 온 아이디트 공산당 위원장이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다. 그러나 육군 엘리트 부대의 사령관이었던 수하르토에 의해 쿠데타는 즉각 진압되었고, 당연한 수순처럼 공산당을 향한 혹독한 탄압이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오늘 인도네시아 예술기행의 주인공인 헨드라 구나완은 공산당을 지지한 예술가로 지목되어 1965년부터 1978년까지 무려 13년 동안이나 감옥살이를 한다. 그는 족자카르타를 중심으로 활동해 온 ‘민중의 화가들’ 그룹을 창립하였고 리얼리즘 예술을 주도한 쁘르사기 (Persagi) 협회에서 활약하였으며, 독립 이전에는 식민지배의 부당성을 주창하는 그림을 줄곧 그렸고, 독립 이후에는 빈민과 농촌의 삶을 그리는데 천착했다.  

 

37c628bbaf74b1285831ccde5d7ff63f_1484477 

▲ 나의 가족. 헨드라구나완 작품.

 

오늘날 그의 그림은 인도네시아의 예술 공연장이나 공공장소에서 가장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그림이 되었지만, 시대적 시련을 오로지 그림으로 표현하며 견디어 냈던 화가로서의 삶은 결코 녹록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그의 그림에는 유난히 가족이 많이 등장한다.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나의 가족>은 그가 13년간 갇혀있었던 감옥으로 가족들이 면회를 온 날을 그린 그림이다. 아버지 옆에 달라붙어 떠날 줄 모르는 아들을 목마 태우고 그는 희미하게 웃고 있다. 원색의 끄바야와 와양과 바틱 무늬의 전통 치마를 입고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그의 아내는 무심한 듯하나 눈빛이 당당하다. 아내와 딸이 입고있는 인도네시아 전통 의상과 문양은 그의 가족들이 가진 강한 민족 정신과 자주성을 보여준다. 그는 어떤 그림에서나 강렬하고 초현실적인 힘을 보여주는 원색의 전통 의상을 입은 인물들을 등장시킨다. 가족들 뒤로는 회색의 감옥 건물이 보이고, 면회를 온 다른 가족들이 마치 축제라도 즐기듯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민중들의 강한 생명력과 의지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장면이다. 

 

37c628bbaf74b1285831ccde5d7ff63f_1484477 

▲ 알리 사디키의 독립투쟁. 헨드라 구나완 작품

 

말했다시피, 그의 그림은 언제나 강하고 독립적인 원색으로 무장되어 있다. 심지어 피비린내 나는 독립 투쟁의 현장을 그린 <알리 사디키의 독립 투쟁>에서도 그의 그림은 색을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얽혀있다. 이 그림은 작년 홍콩 소더비 경매에서 430만 달러에 육박하는 경매가를 기록하며 아시아 미술 시장을 놀라게 했다. 그의 그림은 오늘날 소더비나 크리스티 경매에서 회를 거듭하며 동남아시아 미술 시장의 판도를 바꾸어 놓는 높은 경매가를 올리고 있기도 하다. 나는 이것이 어둡고 습한 역사의 뒷면을 주저없이 성큼성큼 걸어 온 한 화가에 대한 경외이자 찬사의 표현이고 결과이리라 믿고 싶다. 헨드라 구나완의 캔버스를 덮고있는 모든 인물들의 눈빛은 그래서 당당하고 강렬하고 의연하다. 

 

37c628bbaf74b1285831ccde5d7ff63f_1484477 

▲ 아기를 안고있는 자화상. 헨드라 구나완 작품

 

그러나 그의 그림의 화두는 언제나 가족이었다. 자화상을 그릴 때조차 그는 아기를 안고 다정하게 미소짓는 자신을 그리기를 즐겼다. 아버지의 수염을 당기며 천진하게 웃고 있을 아기의 뒷모습은 보는 사람을 흐뭇하게 한다. 그는 화가이자 시인이고 조각가이며 게릴라 전사였으나,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아버지이고자 했고 남편의 자리를 지키고자 했다. 감옥에서도, 독립 투쟁의 현장에서도, 그를 붙들어 준 것은 대단한 정치적 사명이나 철학이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는 아내의 목을 부드럽게 감싸고 지그시 눈을 감고 앉아있는 그의 그림 <아내와 나>를 보면서, 밤마다 어두운 감옥 안에서 가족의 이름을 부르며 시대 앞에 당당히 서고자 했던 한 아버지의 절절한 일기를 읽는다. 그가 목울대를 치고 오르는 눈물을 삼키며 그렸을 그림 앞에서 그래서 나는 번번히 눈시울이 뜨겁다. 

 

37c628bbaf74b1285831ccde5d7ff63f_1484477 

▲ 아내와 나. 헨드라 구나완 작품

 

 

글 쓴 이: 채인숙

 2015년 <실천문학> 오장환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방송과 다큐멘터리 작가로 일했다. 1999년 인도네시아로 이주하였으며 한,인니문화연구원 부원장으로 일을 돕고 있다.

  • 검색
  • 목록
인니 SNS 목록
  • Total 168건 5 페이지
  • RSS
인니 SNS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56 [KOTRA] 한-인니 비즈니스 서밋, 1:1비즈니스 상담회 통역원 모집 인기글 코트라자카르타무역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1-15 5683
55 Empowering Blockchain Summit 2019 인기글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9-11 4273
54 [아시아나항공 안내] 인기글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4-08 7606
53 POWER 6(CLO2)로 나만의 안전공간을 만들자 인기글 루나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0-15 7342
52 싱싱한 활어회, 아구찜 전문점 청해수산 - 무료주차 안내 인기글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10-30 46504
51 2023-24년도 재외국민 및 수시 전형 대학교 입시설명회 (자카르타 2월7일) 인기글 펜시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2-04 4832
50 [DI] 모나스서 4만여명 참가 구국기도회 열려 인기글 wolf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1-19 8383
49 [DI] "혼란·분열 막기위해 이슬람 율법해석 사전규제" 인기글 wolf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2-23 11461
48 [indoweb] 서예, 문인화 회원 모집 인기글 wolf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3-16 17279
47 [한인동포] 인도네시아 진출 한국기업 및 교민을 위한 세미나 참석 안내 인기글 wolf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7-04 23990
46 자카르타 극동방송 청소년 오케스트라 신입 단원 및 협연자 모집 인기글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1-22 7737
45 아시아나항공 수하물 프로모션안내 댓글1 인기글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9-30 5235
44 샹그릴라 호텔 업장 일부 오픈 안내 인기글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6-15 32314
43 오픈 기념 40% 할인 - 자스민 미용실(Hair Salon Jasmin) 인기글 indbel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0-17 10418
42 2022년 인도네시아 주요이슈와 경제전망 세미나 및 KOSA 총회 개최안내 인기글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01-31 7204
41 서예, 문인화, 캘리그라피 회원 모집 청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2-25 2039
40 [찌까랑] 반려동물과 함께 입출국 - JD PET AIR 댓글1 인기글 wolf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1-21 8553
39 [인니비즈] 참치나라..발리 블루핀 뱃살 판매 인기글 wolf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2-31 5675
38 [인니비즈] 한국과 퀄리티가 비슷한 고급 빙수 - P.I.K 지역 "영동" 인기글 wolf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3-19 4128
37 5월 20일 국제 가족의 날 이벤트 인기글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5-19 6288
36 경상북도 자카르타사무소 2019년 상반기 수출상담회 참여기업 모집 인기글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1-30 6775
35 참이슬 소주 2+1 자카르타 소주방 오픈 (구 아랑22 자리) 인기글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10-18 6555
34 스크린골프 설치 전문업체 인기글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7-03 50377
33 한국에서 가져온 콜라겐 영양제(가루) 판매합니다. 인기글첨부파일 영만아학교가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0-26 22638
32 자가격리 4박 5일 패키지 - 호텔 쉐라톤 간다리아 인기글 Lumoo2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02-03 5433
31 K 조명 인니에서 빛나다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3-07 2430
30 [indoweb] 11월, 12월 송년 & 행사 리스트 인기글 wolf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1-21 8525
29 [DI] '만취상태'로 승객 154명 탄 여객기 이륙 시도 인니 조종사 해고 인기글 wolf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1-03 6938
게시물 검색

인도웹은 광고매체이며 광고 당사자가 아닙니다. 인도웹은 공공성 훼손내용을 제외하고 광고정보에 대한 책임을 지지않습니다.
Copyright ⓒ 2006.7.4 - 2024 Powered By IndoWeb.Org. All rights reserved. Email: ad@indoweb.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