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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 | 단단한 액젓? 트라시 이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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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unhyup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3-01-15 15:50 조회40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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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액젓? 트라시 이깐,

 

김주명

 

여행이 주는 느낌은 실로 다양하다.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길에는 필경 낯선 맛이 있으리라는 은근한 기대감도, 또 그 낯선 맛으로 인해 낭패를 보더라도 무사히 돌아온 뒤의 여행길은 모두가 즐겁다. 필자도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그런데, 새로운 곳에 이주해서 살다 보면 낯선 맛이 늘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당연히 고향 음식에 대한 아쉬움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한국서 누가 오기라도 하면, 몇 배의 값을 지불하고서라도 한식을 찾게 된다. 그런데도 어떤 이는 현지의 음식을 고집하는 경우가 있으니 적당한 음식을 골라 함께 먹다 보면 롬복의 음식을 전혀 못 먹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이유인즉, 양념장에서 나는 비릿한 맛과 냄새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가? 필자는 벌써 현지 입맛으로 변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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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현지 음식이 맞지 않으면 대형 쇼핑몰을 찾는다. 지구촌 도시가 그렇듯, 이곳의 쇼핑몰에도 지구촌 온갖 음식을 파는 곳도 있고, 식품 매장에는 쉽게 조리할 수 있는 인스턴트식품들이 넘쳐난다. 그곳에는 당연, 한국의 된장, 고추장을 비롯해서 멸치액젓, 까나리액젓까지 진열되어 있었다. 이런 줄도 모르고 이사 올 때, 가방 한가득 먹거리로 채웠는데……. 잠시 매장을 둘러보니 수입된 상품이라서 상표도 모두 새로 붙어있고 번역도 해 두었다. 멸치액젓에는 트라시 이깐(terasi ikan)’이라는 알 듯, 말 듯한 표시가 되어있다. 사전적으로는 생선 양념장정도로 번역이 되겠는데, 양념장이라고? 잠시 머뭇거린다.

 

롬복에 오고 2년이 지났을 무렵, 아내의 고향이자 장모님 집 옆으로-지금 내가 사는 시골마을- 살림집을 완전히 옮겼다. 그러면서 세간살이도 정리하는데, 부엌에만 들어서면 뭔지 모를 콤콤한 냄새가 났다. 예전, 아파트에 첨 살면서 어머니는 그래도 쓸만한 장독들은 챙겨 오셨는데, 그 장독 뚜껑을 열어 놓으면 온 베란다에 가득했던 그 냄새와 정말 비슷했다. 장독도 없고 장도 담그지 않는 부엌에 간장 냄새 일리는 없다. 그래도 구석구석 살펴보자니, 마치 깻묵처럼 생긴 것을 부엌 천정에 매달아 두었는데, 그곳에서 나는 냄새였다. 저게 뭘까? ‘트라시 이깐이라고 일러준다. 트라시 이깐은 멸치 액젓인데, ! 어디서부터 퍼즐을 맞춰야 하나?

아시아의 장() 문화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고, 연구도 활발하다. 그 재료가 콩이냐, 생선이냐에 따라 분류하고 지역에 맞게 보존법이 발달해 왔다. 흔히 베트남 쌀 국수가 한국인에게 별 부담 없는 맛으로 느껴지는 것은 기본적인 장의 맛이 깊게 베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인도네시아에는 ()’으로 분류될만한 식품을 본 적이 없다. 오히려 이곳에선 삼발이라는 양념장이 널리 쓰일 뿐이다. 섬나라답게 양념장의 종류와 맛이 너무나 다양해서 17천 개가 넘는 인도네시아의 섬 보다 더 많은 맛이 있다고 해도 되겠다. 대체 삼벌은 어떻게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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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벌의 기본양념으로 절인 멸치인 트라시 이깐을 사용하는데, ‘트라시 이깐을 부엌 서늘한 곳에 두고서 양념장을 만들 때마다 커피 스푼 반 정도 떠서 토마토, 마늘, 양파, 고추 등과 잘 다져서 내면 이곳의 전통 양념장 삼벌이 완성된다. 이방인이 인도네시아 음식에서 느끼는 콤콤한 냄새는 바로 저 삭힌 멸치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이제 이해가 된다. 남은 것은 트라시 이깐을 만드는 곳을 직접 찾아보는 일이다. 그래서 아내에게도, 주변의 지인에게도 그곳을 수소문하면 냄새가 심한 곳에 무엇 하러 가느냐며 한사코 말린다. 그래, 이럴 때는 옆 사람 말을 들어야지.

 

트라시 이깐의 주된 생선은 멸치다. 젓갈 담기에 좋은 크기의 멸치를 선별해서 소금 간이 베이게 잘 섞어준다. 이때, 소금의 양은 멸치의 반 정도 무게로 맞춘다고 한다. 그렇게 소금기가 든 멸치를 햇볕에 말리기 시작한다. 이렇게 말리기를 78일 정도, 어느 정도 구덕한 멸치를 절구통으로 빻는다. 잘 다져진 멸치를 이제 두부 한 모 정도의 크기로 각을 잡으면 단단한 멸치젓, ‘트라시 이깐이 완성된다. 지방에 따라 멸치 대신 새우를 쓰기도 한다. 그러면 단단한 새우젓, 트라시 우당(terasi udang)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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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갈을 이야기하다 보니 벌써 침이 돌고 밥맛이 당긴다. 어릴 적, 필자는 아버지와 늘 겸상을 받았다. 다소 긴장감 있는 밥상의 시간을 풀어주는 것은, 아버지가 밥 위에 올려주는 잘 삭힌 분홍빛 멸치 속살이었다. 포항의 오천 바닷가가 고향이신 어머니는 해마다 음력 이월이면 멸치젓을 담그셨고 멸치가 삭기 시작하면 일 년치 든든한 반찬이 되었다. 번쩍 정신이 드는 짠맛과 밥숟갈을 또 들게 하는 감칠맛이 어느새 바다 건너 5천 킬로를 날아서 입안에 맴돌고 있다.

 

 

    from 롬복시인

 

wnaud01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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