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단체/기관 > 인터넷문학상 학생부 장려상 - 한인니문화연구원상 '옆집 까깍을 불러와라'

본문 바로가기
  • FAQ
  • 현재접속자 (664)
  • 최신글

LOGIN

문화연구원 | 인터넷문학상 학생부 장려상 - 한인니문화연구원상 '옆집 까깍을 불러와라'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한인니문화연구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01-27 19:56 조회4,985회 댓글0건
  • 목록
게시글 링크복사 : http://www.indoweb.org/392626

본문

 

옆집 까깍을 불러와라

(Kakak)

 

김용주 (BIS 11학년)

 


1.jpg
옆집 까깍(가사도우미)을 불러 오너라.”

분별력 없던 다섯살 혹은 여섯살 쯤이었다

퇴근하신 아버지의 무서운 목소리가 10년이 지난 지금도 내 귀에 , 내 기억에 너무나도 또렷하게 남아 있다


나는 그날 놀이터에서 놀다가 옆집 가사도우미 누나에게 못된 말을 하고 장난을 심하게 쳐서 어머니께 혼이 났었다. 어머니는 내 행동이 몹시 당황스러우셨던지 그 모든 사실을 아버지께 말씀드렸고, 아버지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셨다.


부모님을 따라 어린 나이에 인도네시아에 온 나. 언제부턴가 가사도우미 누나나 운전기사 아저씨께 함부로 버릇없이 행동하는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게 되었다. 아버지는 그런 내게 뜨끔한 교훈을 주시려는 작정이셨다. 옆집 가사도우미 누나에게 무례하게 행동한 나를 엄청나게 혼내셨고 급기야는 집으로 불러 오라고 하셨다. 나는 아버지 앞에서 옆집 까깍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해야 했다. 아직 뭐가 뭔지도 모르는 어린 나이였는데, 아버지가 그렇게 화를 내시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 그 날의 일은 내게도 정말로 큰 충격이었다. 그리고 울면서 떠듬떠듬 인도네시아어로 누나에게 내 잘못을 사과했다. 그제서야 아버지는 화가 좀 풀리신 모양이었는지,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 누나에게 아직 나이가 어려서 잘 모르고 행동한 것이니 용서를 해 달라고 하셨다


나는 인도네시아에 약 10년을 살아왔고 어렸을 때부터 당연히 한국 문화보다는 인도네시아 문화에 길들어져 있다. 한국에서와는 달리 충분히 걸어 다닐 만한 짧은 거리도 에어컨이 빵빵하게 틀어진 자가용을 사용하고 온갖 심부름을 도맡아 주는 가사도우미인 까깍에게 시킨다. 내가 조금만 노력하면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을 쉽게 현지인에게 떠맡긴다. 그렇게 편한 환경에서 부족함 없이 살아 온 탓에 나는 조금은 게으르고 나태한 청소년이 되었다.


늘 그런 삶이 당연한 것이려니 여기고 있던 내곳을 갔다. Yum farm은 찌파나스 지역에 있는 오르가닉 농장인데, 고아원과 인근 아이들에게 무료 교육을 제공하는 학교 역할도 함께 하고 있다. 먼저 우리 학교 아이들은 yum farm학생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다양한 활동들을 준비했다. 축구, 영어 가르치기와 함께 요리를 하는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나는 학교 기자 팀에 속해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학교를 시작하기 전까지 먼저 여러 가지 준비를 하는 동안에도 기자 팀은 좀 시간 여유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농장 안과 학교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 때 텅 빈 yum farm에 한 남자 아이가 어슬렁거리며 혼자 다니고 있는 걸 발견했다. 우리는 누가 먼저일 것도 없이 인사를 했다. 그 남자 아이의 이름은 얀또였다. 나는 그 아이에게 프로그램이 11시에 시작되는 건데 너무 일찍 왔다고 말해주었다. 그러자 얀또는 뜻밖의 답을 들었다.


저는 영어 선생님이 되어서 우리 동네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그러기에 우리 학교에 남들보다 일찍 와서 매일 영어 책을 읽습니다.”

2.jpg

나는 순간 마음이 얼어붙는 것 같은 작은 충격을 받았다. 나는 얀또보다 백배쯤은 나은 환경에서 살고 얀또 보다 훨씬 더 나이가 많았지만, 그때까지 아무런 꿈도 없고 특별히 마음을 내어 노력하는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자기 동네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서 영어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아이를 나는 처음 보았다. 그리고 이 아이 앞에서 이상하게 자꾸 부끄러웠다.


그 날 우리는 아이들과 아주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나도 얀또의 말에 좋은 기운을 얻어서 더 즐겁게 아이들과 이야기도 하고 영어도 가르쳤다. 그런데 밥을 먹는 시간에 나는 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우리 학교 아이들 도시락과 Yum farm아이들이 먹는 도시락에 차이점이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 도시락에는 그곳 아이들의 도시락과는 달리 오렌지가 더 놓여 있었다. 나는 내 오렌지 뿐만 아니라 친구들의 오렌지를 전부 모아 같이 나누어 먹자고 했다. 그래서 식사 시간이 더 왁자지껄하고 즐거워졌다


3.jpg

나는 그날 누구보다 친해진 얀또에게 꼭 다시 와서 영어를 가르쳐 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떠났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오늘까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방학에는 그 약속은 지킬 생각이다. 비록 얀또는 아니지만, 부모님, 친구와 함께 메단의 한 고아원 공부방에 영어를 가르치러 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얀또에게도 찾아갈 것이다.


언젠가 우리는 이 나라에서 10년 넘게 살면서 이 나라의 땅과 문화와 사람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적이 있다. 내게 행복한 어린 시절을 선물해주고 외국인인 우리 가족을 환영해 준 인도네시아를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금은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되면 내가 사는 이 나라에 뭔가 보탬을 줄 수 있는 사업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가지고 있다. 아직 어린 나이이니 무슨 사업을 어떻게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 날 무서운 목소리로 옆 집 까깍을 불러 와 사과하라고 명령하셨던 아버지의 마음을 이제는 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면서 인도네시아에서 지낸 지난 11년을 되돌아 볼 수 있어서 참 행복했습니다. 많은 추억들 중에서 옆집 식모누나 이야기와 yanto 이야기는 제게 강한 이미지로, 사진처럼 남아있는 특별한 사연입니다. 아마 이 이야기로 상을 받은 것도 제 인생에서 잊지 못할 일이 될 것입니다. 올해 겨울방학엔 수마트라섬 , 메단의 수녀원으로 34일간 봉사를 다녀왔습니다. 그 곳에서 만난 소박하고 따뜻한 사람들과의 추억 또한 글로 남기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예의 바르고 겸손하며, 따뜻한 마음으로 친구와 어른을 대하며,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수상을 너무 기뻐해 주신 부모님과 한국에서 항상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 할아버지 , 할머니께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4.jpg

  • 목록
   
한인단체/기관 목록
  • Total 2,739건 62 페이지
한인단체/기관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031 대한체육회 적도의 타오르는 열정을 한국에 알리어 한인동포들의 힘을 보여주자 인기글첨부파일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0-03 1138
1030 문화연구원 한인회 한*인니 문화연구원 300회 특집 문화탐방 인기글 한인니문화연구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0-02 1784
1029 한인회 한인뉴스 2016년 10월호 인기글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0-02 1610
1028 한인회 인니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수낫딴 행사 열어 인기글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0-01 1146
1027 한국문화원 "K-pop 사랑해요 인도네시아 2016 콘서트" 개최 인기글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9-29 2083
1026 한국자유총연맹 제3대 한국자유총연맹 인도네시아지부 회장 이.취임식 및 제5차 … 댓글3 인기글 사랑을나누는사람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9-29 2872
1025 한인회 재인도네시아 한인회, 빠라마 화재 피해 한인입주자에게 지원성금 … 인기글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9-28 1903
1024 한인회 소통과 화합의 축제한인의 밤 인기글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9-27 1249
1023 기타단체 한국해양대학교 재 인도네시아 총 동문회 2회 야외 체육대회 인기글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9-23 1743
1022 기타단체 [문인협회] 문학의 도끼로 내 삶을 깨워라 인기글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9-21 1250
1021 기타단체 [한인미술협회] 제17회 정기전 인기글첨부파일 디자이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9-21 1665
1020 헤리티지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관계 인기글 IHS헤리티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9-21 2134
1019 정치/사회 김정은 정권의 제5차 핵실험 규탄 재인도네시아 한인동포 성명… 인기글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9-15 1044
1018 문화연구원 300회 문화탐방 인기글첨부파일 한인니문화연구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9-14 1980
1017 JIKS 2016학년도 국가공인 한자자격시험 안내 인기글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9-13 1730
1016 헤리티지 헤리티지 40차 탐방 수카부미 레프팅 인기글 IHS헤리티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9-13 1757
1015 한국자유총연맹 성명서 - 북한 5차 핵실험 인기글첨부파일 사랑을나누는사람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9-10 2113
1014 JIKS 배움이 즐거운 행복한 학교’만들겠다. 인기글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9-09 1727
1013 대한체육회 제97회 전국체육대회 출정식 인기글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9-08 1594
1012 문화/교육 “노래 좀 한다는 재외동포 다 모였네~” 인기글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9-06 1717
1011 JIKS JIKS, 의예과 2명, 연세대, 고려대 28명 합격 댓글4 인기글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9-06 3571
1010 한인회 한인뉴스 2016년 9월호 인기글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8-31 1794
1009 문화연구원 298회, 299회 문화탐방기 - 인도네시아 국립 갤러리 대통… 인기글 한인니문화연구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8-30 1724
1008 헤리티지 2016년 9월 헤리티지 정기총회 행사 안내(9.14) 인기글 IHS헤리티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8-30 1642
1007 헤리티지 알차고 재미난 국립 박물관 한국어 무료 해설(9.17) 댓글12 인기글 IHS헤리티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8-30 2372
1006 문화연구원 Kota Tua (제 8차 정기투어) - 한.인니 문화연구원 인기글 한인니문화연구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8-30 1850
1005 기타단체 [EPS] “한국어능력시험 자가학습용 보조교재“ 무료 배포 인기글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8-30 2226
1004 월드옥타 회통18-186_제21차 세계한인경제인대회 World-OKTA … 인기글첨부파일 비다까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8-26 2061
게시물 검색

인도웹은 광고매체이며 광고 당사자가 아닙니다. 인도웹은 공공성 훼손내용을 제외하고 광고정보에 대한 책임을 지지않습니다.
Copyright ⓒ 2006.7.4 - 2024 Powered By IndoWeb.Org. All rights reserved. Email: ad@indoweb.org